[포스코 물류자회사 파장]포스코GSP, 허리케인 or 찻잔 속의 태풍?"단순 물류 업무 통합 vs 해운·물류업 진출 포석"
박상희 기자공개 2020-09-11 10:07:20
[편집자주]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물동량 약 1억6000만톤, 물류비 약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화주다. 국내 대형 철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물류기업이 없는 기업이기도하다. 돌연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물류·해운업계는 기존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최초 재무통 출신 CEO인 최정우 회장의 물류비 혁신 '승부수'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9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물류·해운 생태계를 뒤흔들 '허리케인'이 될까,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까. 연내 출범하는 포스코그룹의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가칭)'를 바라보는 엇갈린 전망이다. 포스코는 해운업은 물론 운송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해운업계와 물류업계의 시각은 다르다.포스코그룹은 효율성과 전문성을 앞세워 물류 혁신을 이야기 한다. 반면 물류업계는 물류통합 법인을 설립한 뒤 해운과 운송업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물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설립 당시의 취지에서 벗어나 해운업에 발을 들인 전례도 있다.
물류업계와 해운업계 반발은 포스코그룹이 그만큼 영향력 있는 대형 화주라는 방증이기도하다. 포스코GSP는 과연 어떤 길을 걸을까.
◇철강업계 "물류 자회사 필요성 커, 포스코 진출 늦은 감"
포스코그룹이 물류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는 연초부터 업계에서 회자됐다. 포스코는 5월 보도자료를 통해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를 연내 출범한다고 공식화했다. 물류 통합법인은 포스코 및 그룹사 운송물량의 통합계약과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물류파트너사들의 스마트·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물류 효율과 시너지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GSP는 기존 포스코그룹 계열사 물류업무 수행인원 100여명으로 조직이 꾸려진다. 업무 통합대상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4개사다. 출자 비율과 신임 CEO는 미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9일 "계열사 별 출자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포스코가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구체적인 법인 설립은 연말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 출범 배경으로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를 꼽았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물류 계약이 철강제조 프로세스(조달→생산→판매)에 따라 여러 부서에 분산돼 처리돼 왔다. 철강원료 구매, 국내외 제품 판매와 관련된 각종 운송계약이 부서 별로 이뤄졌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도 물류 기능이 흩어져 운영돼 왔다.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계열사, 부서 별로 흩어져 있는 물류 업무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해 중복과 낭비를 제거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물류통합 법인은 원료 및 제품의 수송계획 수립, 운송 계약 등의 물류서비스를 통합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기반의 물류 플랫폼에 기반한 회사로 키워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후장대한 철강업 특성상 물동량이 많아 유럽, 일본, 중국의 글로벌 철강사들은 물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미 전문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철강사인 히타치금속이 히타치물류를 두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계열사로 현대글로비스를 두고 있는 현대제철은 물론 동국제강과 세아제강도 물류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사로 성장한 포스코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 자회사를 두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된다"면서 "제철소장, 연구소장이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재무통인 최정우 회장이 조 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물류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회사 설립을 점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법상 사업등록은 어려워, 지분 40% 보유 가능
일각에서는 포스코 물류통합 법인이 설립되면 해운업, 운송업까지 진출해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물류 생태계를 황폐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길을 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현대차그룹 물류 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비계열 물량을 점차 늘려나가며 자립도를 키워 홀로서기 순항 중이다.
대형화주인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물류사업에 나설 경우 기존에 포스코와 거래하던 물류·해운기업은 그만큼 일감을 잃는다. 포스코그룹 계열 물량에 힘입어 성장한 물류 자회사가 추후 시장 물량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류 자회사가 기존 육상 물류업체가 해오던 업무를 대신해 '통행세'를 받으며 사실상 2자 물류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스코는 관련업계 우려를 의식한 듯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발표하면서 해운업(해상운송업)은 물론 운송업(육상운송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운업 진출은 해운법 제24조 제약에 따라 대량화주가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법 24조 4항에 따르면 대량화물 직접운송을 위해 해운사업등록을 신청하면 국토해양부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해운업계가 반발하면 사실상 해운사업등록을 할 수 없다. 다만 해운물류회사 지분을 40%까지 보유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진출이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철강회사인 포스코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물류가 핵심"이라면서 "물류 자회사 설립이 추후 자체적으로 해운업과 운송까지 진출하려는 포석인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물류 자회사가 설립되더라도 기존 물류 파트너십은 견고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류통합 법인 출범으로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물류파트너사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설 물류법인은 기존 그룹내 분산 운영되고 있던 계약관리 기능을 기존 계약조건 그대로 이관하는 일"이라면서 "거래 상대방이 되는 물류파트너사들의 계약 및 거래 구조는 변동사항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더불어 국내 선사와 장기 전용선 계약을 통해 국내 해운·조선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대한해운, 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포스코 전용선사들이 호황기 무리한 용대선 투자 등으로 법정관리를 거쳐 매각되는 등 해운산업 구조조정 와중에도 포스코가 이들 국내 선사들과 장기계약을 지속 유지하며 회생을 뒷받침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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