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씨아이에스'의 주인이 최근 바뀌었다. 지난 7월 기존 최대주주인 김수하 대표이사가 '지비이홀딩스'에 지분을 넘기기로 합의했고 이달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그간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비이홀딩스가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물량까지 모두 인수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보유 지분을 넘겼지만 꾸준히 대표직을 유지하며 신규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공장 증설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씨아이에스는 지난 15일 지비이홀딩스가 지분 17.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지비이홀딩스는 SBI인베스트먼트와 에스티리더스PE가 함께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계약금액은 533억원으로 계약 당시인 7월 10일 379만2188주에 200억원을, 이달 15일에 남은 631만7789주에 대해서도 333억원을 지급했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21.31%에서 3.3%로 하락했다.

이처럼 과감하게 최대주주 변경까지 이뤄진 것은 향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작업은 물론 생산시설 증설 계획 등을 예정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꾸준히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또 지난 몇 년간 중국 시장의 충격으로 실적이 부진하면서 재무 여건도 악화돼 자체적인 투자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는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보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못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달 상황이 급박해지자 김 대표는 개인돈 65억원을 회사에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총계는 143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9.8%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19.9% 늘어난 595억원을 기록했지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41.7%에서 올해 상반기 말 241.5%로 여전히 200%를 넘기는 상황이 이어졌다.

다만 결과적으로 보유 현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현금 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112% 늘어난 414억원을 기록했다.


최대주주로 오른 지비이홀딩스는 예정대로 꾸준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씨아이에스가 결정한 300억원 규모의 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물량을 모두 책임졌다. CB 전환가액 7603원 기준으로 발행할 주식 수는 394만5810주다. 만기는 2025년 10월 15일이고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연 2.0%다.

C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공장 증설과 R&D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대구 봉무동에 확보한 이시아폴리스 산업용지 부지를 99억원에 인수했는데 여기에 3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신규 사업을 위한 R&D도 자금 확보를 통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씨아이에스 관계자는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비이홀딩스는 앞으로 투자 파트너로서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동안 코로나19 시국에서 대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고객사도 자금 회수 등이 원활하지 않아 하청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우선 투입했는데 이번에 CB 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금이 들어오면 여유를 갖고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차입금은 더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최대주주에서 물러났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대표 자리를 지키며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투자사와 창업자 간의 협렵 관계는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비이홀딩스를 설립한 SBI인베스트로는 과거에 씨아이에스에 투자했던 경험이 있다. 2015년 8월 씨아이에스 주식을 매입해 1년 3개월만인 2016년 12월에 일부를 매각해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