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헤지' 줄인 삼성·한국증권 ELS 발행량 '반토막' 올해 10월까지 TOP10 발행액 35.6조, 전년동기比 43.29%↓...공급자 우위 시장 형성
이효범 기자공개 2020-11-09 08:16:2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들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자체헤지를 축소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시장에 막대한 물량을 공급해왔던 증권사들이 위축되면서 당분간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코로나19 여파, ELS 발행 줄인 증권사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까지 발행액 상위 10개사의 전체 발행액은 35조6435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43.29%(27조9176억원) 감소한 규모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발행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삼성증권이다. 8조7575억원으로 2위인 KB증권 발행액 8조1190억원에 비해서도 6385억원 많다. 다음으로 발행액이 많았던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발행액 7조6614억원), 한국투자증권(7조1774억원), 하나금융투자(5조4018억원) 순이다.
하지만 올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증권사들이 발행액을 큰폭으로 줄였다. 연초부터 10월까지 삼성증권의 발행액은 4조13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조6212억원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9년에 비해 발행액을 4조원 넘게 축소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도 각각 발행액을 3조원 가량 줄였다. 신영증권의 발행액도 작년에 비해 2조6810억원 감소했다.
주요 발행사들이 이처럼 발행액을 줄인 건, 코로나19 충격으로 ELS 자체헤지 운용에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헤지 운용자산의 가격 하락과 마진콜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증권사들은 외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긴 했지만 증권사들은 섣불리 지난해 수준으로 ELS 발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체헤지 비중이 높았던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ELS 발행이 위축됐다. 더욱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외사들도 백투백헤지를 제공하는데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ELS 발행잔고도 감소했다. 2019년말 48조3025억원에서 올해 10월말 46조24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줄었다. 유독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잔고가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두 증권사의 발행잔고는 각각 5조8974억원, 4조9797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1조1085억원, 6013억원씩 축소됐다. 최근 2개월새 상환 물량이 늘면서 발행잔고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시 ELS 헤지운용 규모가 컸던 증권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입었다"며 "최근에는 발행량을 조절하면서 자체헤지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사들의 백투백헤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발행량이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LS 상환액, 발행액 상회…재투자 수요 증가세
ELS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국내 증권사들이 자체헤지 비중을 축소하는 만큼 신규 발행되는 ELS의 쿠폰 수익률이 예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과 달리 ELS 재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상환물량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6~7월까지만 해도 월간 ELS 발행액은 상환액을 웃돌았다. 8월에는 발행액 2조2916억원, 상환액 2조4255억원으로 역전됐다. 이어 9~10월 ELS 상환액은 14조원을 웃돌았지만 발행액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금융사 자산관리(WM) 조직이다. 재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ELS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라임,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를 대체제로 내놓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환액과 발행액의 미스매칭이 장기화 될 경우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들어 일부 증권사들이 발행액을 늘리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달 ELS 발행액은 이미 1조원에 달한다.
시장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ELS 재투자 수요는 여전히 많다"며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비대면 ELS가 출시되면 1초만에 마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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