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기업은행 베트남, 디지털·현지화로 위기 넘는다③KPI 유지, 고객 소통 확대…경제상황 개선, 고객·상품 다각화 순항중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10 14:01:0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행 베트남(하노이·호치민) 지점은 기업은행의 해외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한 곳이다.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업은행도 현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기업은행이 진출한 해외 국가 중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성장했다.꾸준한 성장성을 보이며 탄탄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베트남 지점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피할 수 없었다. 다만 디지털금융 가속화와 언택트 상품 현지화 등을 통해 2021년 V자 반등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의 현지화와 선진화를 통해 더 깊숙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 큰 베트남, 기업은행 해외사업 2위 국가 부상
지난해 말 기준 하노이와 호치민을 합친 기업은행 베트남 지점의 자산 규모는 약 8억달러로 성장했고, 순이익은 17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업은행 해외사업 전체 순이익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4.3% 수준으로 집계됐다. 법인 형태로 진출한 중국과 인도네이사를 제외한 해외지점 전체를 대상으로 산출한 수치다.
이처럼 베트남 지점이 기업은행 해외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원동력은 주요 거래처의 활발한 현지 진출이다. 삼성·현대차·LG·한화·효성 등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 협력기업들이 하노이(북부)와 호치민(남부) 등 대도시 주변 지역은 물론 다낭과 꽝남성 등 중부지역까지 전국적으로 진출해 있다.
단순히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현지 진출뿐 아니라 베트남 시장이 갖고 있는 성장력도 베트남 지점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한 주요한 요소다. 베트남은 지난해까지 연 7%대 경제성장을 기록할 만큼 성장성과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인구 1억명의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FDI 유치 노력 등도 베트남 금융시장이 가진 강점이다. 올해 8월 발효된 베트남-EU FTA도 수출주도 경제인 베트남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베트남 금융시장도 매년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맹선배 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장은 “향후에도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사업은 계속 성장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과 한국기업들의 지속적인 현지 진출이 맞물리면서 금융시장도 차츰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할 수 없는 코로나19 영향, 대응력 높여 KPI 유지
이처럼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탄탄한 성장력을 보였던 베트남 지점이지만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규제 등 상황이 급변했고 이에 따라 리테일영업·기업금융·IB금융 등 사업영역에서도 변수가 많아졌다.
우선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6%에서 올해 10월 기준 4%로 하락했다. 기업금융과 리테일영업을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펴고 있는 만큼 영업수익 규모가 줄었다.
맹 지점장은 “금리하락으로 인해 이익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출자산 이자수익 비중이 더 큰 베트남의 경우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금융당국의 정책금융 역할 요구도 이어졌다. 금리·수수료 인하, 원금 상환 없는 대출 기간연장 허용 등 조치를 발표했다. 기업은행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여러 정책금융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 지점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고객들과의 점접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리테일영업과 IB사업도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으로 위축됐다. 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이 많은 만큼 출장 중단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맹 지점장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출장이 끊기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보류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와 연계된 시설자금 대출 등의 진행 일정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며 “현지금융 기관들의 경우 소매금융부문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신규 IB사업이 중단되거나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 지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영업목표 및 KPI 등을 조정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기존의 영업계획과 목표를 기준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시장 대응과 경영혁신 등을 통해 최대한 경영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탄한 '현지화·디지털화' 혁신, 기대되는 2021년
아울러 베트남 지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업무 및 영업활동 전반에 걸쳐 혁신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금융을 도입해 업무 프로세스와 상품 등을 개선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 중이다. 다행히 올 하반기 및 2021년 베트남 경제 전망이 나쁘지 않아 조기에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베트남 지점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주로 현장방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SNS 메신져와 화상회의 등의 디지털금융 기술을 도입한 비대면 방식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서류감축·업무간소화·언택트마케팅 등에 대한 직원들의 개선 의견들을 발굴해 비용절감과 업무효율화를 이뤘다.
맹 지점장은 “지난 8월에 M&A를 희망하는 고객사와 중국소재 파트너 간의 3자 화상회의를 진행해 원만하게 거래를 성사했다”며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코로나19는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지점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병행해 디지털금융 상품 도입 속도를 높혔다. 기업은행이 추진하는 혁신금융의 목표 중 하나인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전략에 따라 비대면채널 기능 개선을 중점 추진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의 고객 편의성이 향상되면서 지난해 대비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거래가 42% 증가했다.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듯 현지 경제상황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지점은 올 하반기 및 2021년 실적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 경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달성 중이다. 전문가들은 2021년 베트남 경제가 외국인 투자, 수출확대 등에 힘입어 7~8%대의 V자 형태의 경제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맹 지점장은 “최근 현지 기업금융이나 소매금융 비중을 높여가고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현지기업과 임직원 대상의 모기지대출을 통해 현지금융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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