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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원뱅크 통합 진통]멈춰선 합병 구상, IT 일원화는 가능할까⑥당국, 고객정보 공유 등 규제 완화 약속…현실은 '3년째 제자리'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12 16:00:00

[편집자주]

부·울·경을 아우르는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BNK금융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곧 '생존'과 맞물린 문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 거대 은행으로 재출범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안팎의 반발이 만만찮다. 양행 통합론의 속사정과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금융그룹의 '원뱅크' 통합 움직임이 내부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다. 서둘러 자체적으로 은행 통합을 추진하기엔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내부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금융당국이 '절충안'을 내주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두 은행 간 고객 정보 공유 등 IT 관련 규제라도 먼저 풀어준다면 악화하는 업황 속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계열사 간 공동 시스템을 사용하는 건 법률상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 제4항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등은 공동광고를 하거나 전산시스템, 사무공간, 영업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공동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 수반되는 제약 탓에 IT 관련 시설 공동사용은 사실상 어렵다. 산하 시행령과 관련 감독규정을 보면 금융지주와 자회사 등은 전산시스템, 정보통신망, 전산자료 저장장비, 전자적 장치를 공동 사용하려면 '적절한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 금지 △업무 정보에 대한 접근 금지 △전산시스템상 지휘명령 보고라인 분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사 전산시스템은 대부분 고객정보와 거래 내역 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별도로 분리하고 시스템을 통합·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고객정보 공유 허용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2013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추가된 규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고객 정보와 관련해 보안 수준이 높아져 유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앞두고 올 들어 사라지긴 했지만 '5·5·7 규정'을 준수해온 게 대표적이다.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는 총 인력의 5%를 정보기술(IT) 인력으로, IT 인력의 5%를 보안 담당 정보보호 인력으로 채워야 한다. IT 예산 중 7%는 정보보호 예산으로 사용해야 했다. 행정규칙으로 강제성은 없으나 금융사들은 이를 잘 지켜왔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지주사 내 자회사 간 전산시스템 공동사용 관련 고객정보는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청해왔다. 계열사 간 전면적인 고객 정보 허용이 어렵다면 동일업종 자회사만이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령 경남은행과 BNK캐피탈 간 고객정보 공유는 막아도, 부산·경남은행 사이 장벽은 허무는 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정보 보안 관련 시스템이 워낙 잘 구축된 데다 투자도 충분히 이뤄졌다"며 "최소한 같은 지주 내 은행 업종에 대해서는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고 수년 전부터 주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당국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도 했다. 2017년 1월 금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과도한 규제와 주력 자회사 중심의 그룹경영 관행이 시너지 창출을 제약했다고 판단해 핵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금융그룹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하는 것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관리 강화를 위해 사전·사후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시 주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징벌적 과징금 등 구체적인 제재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규제 완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앞선 관계자는 "계열사 간 공동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아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풀어준다더니 진척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위가 고객정보 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개인신용정보의 외부 클라우드 이용 범위를 확대했고,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올 들어 통과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아래 언제까지 투 뱅크 체제로 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당국이 나서 IT 규제라도 풀어준다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지방은행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경쟁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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