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만년 전 등장한 인류가 46억년을 버텨온 지구를 파괴했다."최근 과학계 화두인 '인류세'를 다룬 책에서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풀이한 글이다. 네덜란드 과학자 파울 크뤼첸이 제시한 인류세는 지구의 변화를 지질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해 도입됐다. 인류가 소비한 것들이 지구에 흔적을 남긴다는 데서 출발한 개념이다.
기업이 사용한 돈의 흔적도 재무제표에 남는다. 매출과 매입, 인건비 등 돈의 흔적을 통해 기업의 현재를 알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많은 기업이 현금성 자산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을 반추할 수 있다.
닭가슴살 플랫폼 '랭킹닭컴'을 운영하는 푸드나무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2년 전 기업공개(IPO) 당시 확보한 공모자금 322억원을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년 성적표를 새로 쓰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성적을 뛰어넘었다. 연간 최대 실적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상황이다.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상장 당시 82명이었던 직원은 최근 2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도 파주엔 물류센터도 들어섰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줄고 간편건강식 관심이 커진 틈을 노려 마케팅 등에는 더 힘을 줬다.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공동 투자한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이르면 내년 초 중국 내 판매도 기대된다. 최근 상황을 핑계로 공장 실사도 슬쩍 넘길 수 있었지만 국가별 2주씩 총 한달이나 필요했던 격리 기간을 제공하며 직원들도 파견했다.
후문에는 김영문 대표가 직접 가겠다는 걸 직원들이 한달씩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극구 말렸다고 한다. 그의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 지금의 푸드나무를 만든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는 일화다.
공모금 활용 역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기자와 인터뷰 당시 공모금 활용에 대해 "저희를 찾는 것만으로도 회사는 크고 있다"며 "주주들이 모은 돈, 함부로 쓸 수 없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최근 만난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 대표는 건강함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에서 푸드나무라는 사명을 지었다고 한다. 푸드나무 사명의 함의가 주주와 소비자에게도 전달돼 공모금과 수익금으로 차곡차곡 영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무는 나이테를 통해 살아온 흔적을 가늠한다고 한다. 나이테는 영양분이 많은 봄과 여름에는 활발히 생장하고 겨울에는 거의 멈춰선다. 푸드나무가 주주와 소비자가 보내 준 영양분을 활용해 만들어 낼 미래의 재무제표를 펼쳐 볼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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