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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을 움직이는 사람들]개발자에서 CEO 변신한 '배그 창시자' 김창한 대표②3개월 설득 끝에 배틀로얄 장르 개발…배틀그라운드 이을 후속작 성공 미션

성상우 기자공개 2020-12-15 07:29:41

[편집자주]

게임업계와 자본시장이 크래프톤을 주목하고 있다. 최대 30조원 밸류로 거론되는 크래프톤은 내년 게임사 시총 순위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메가히트작과 이를 탄생시킨 낸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이다. IPO 최대어를 키워낸 크래프톤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은 창립 직후 13여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왔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은 이사회에만 참여할 뿐 대표이사를 비롯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공식 직책을 맡은 적은 없다. 그동안 크래프톤을 맡아온 CEO들은 대부분 사업부문 경험이 있는 경영자 출신 인물이었다. 그런 크래프톤이 올해 초 순수 개발자 출신 CEO를 선임했다.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김창한 대표 얘기다.

장 의장이 개발 자회사를 이끌던 김 대표에게 전체 개발 스튜디오들을 이끄는 모회사 CEO를 맡긴 데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현재의 크래프톤을 탄생시킨 데 대한 성과 인정의 측면도 있겠지만, 그의 성공 경험을 모회사로 이식시켜 각 개발 스튜디오로 전파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이미 큰 성공을 한번 맛본 크래프톤의 경영기조가 자칫 사업운영·관리 측면으로 비중이 쏠릴 수 있는 흐름에서 개발 부문과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적임자로 김 대표를 낙점했다. 신작 개발을 통해 성장하는 '개발사'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회사의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게임대상을 수상한 '테라'에 이어 배틀그라운드로 이어지면서 얻은 '개발 명가'라는 타이틀을 이어가겠다는 장 의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장 의장을 만난 시기는 2015년 그가 이끌던 지노게임즈가 블루홀 산하로 인수된 때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1년 선배인 장 의장이 지노게임즈를 인수하면서 김 대표의 지노게임즈는 '블루홀지노게임즈'가 됐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블루홀 경영진들에게 배틀그라운드 개발 의지를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게임업계 주류에 맞지 않는 '배틀로얄' 장르인데다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게 경영진 판단이었다. 경영진은 김 대표에게 예상 판매량, 수익 등 재무 지표들을 거론하며 반대했다.

김 대표는 3개월간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장 의장은 결국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김 대표의 개발 이력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실제 작품들을 보면 기본적인 개발 역량은 갖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신작 개발에 매진하는 근성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주류 트렌드에는 맞지 않지만 배틀로얄 장르가 신선한 새 장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일리가 있다고 봤다.

개발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꼬박 1년만에 배틀그라운드가 나왔지만 아직 완성 버전은 아니었다. 일부 경영진들은 게임을 완성시킨 후 출시하자고 했지만 김 대표는 한박자 빠른 출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스팀을 통한 '얼리억세스' 출시를 밀어붙였다.

미완성 버전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직후부터 글로벌 히트를 쳤다. 스팀의 얼리억세스 신작 차트를 석권하며 최단기간(16일) 100만장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출시 13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달성하며 누적 매출 1억달러(당시 원화 기준 1112억원)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초부터 모회사이자 전체 개발 스튜디오를 이끄는 크래프톤 CEO를 맡은 김 대표에겐 새 과제가 주어졌다. 신작 엘리온의 개발 및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임무다. 크래프톤의 조직 문화상 신작 개발 프로젝트는 각 담당 스튜디오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고 진행하는 구조지만 모회사 차원에서 큰 틀의 방향 설정 및 디렉팅은 필요하다. 장 의장은 이 과정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켜본 김 대표의 노하우가 각 스튜디오에 이식되는 것을 의도했다.

엘리온은 크래프톤 입장에서 단순한 신작 타이틀이 아니다. 내년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며 장기 성장세로 가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시장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원게임 리스크' 우려를 털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엘리온의 흥행인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의 총 책임자가 김 대표다. 크래프톤 최초의 개발자 출신 CEO에게 게임업계 전체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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