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국민은행, 소비자보호 다중관리장치 '없는 게 없네'②금융상품 리스크관리 겹겹이 방어, 고객목소리 제도화 작업 덕 실효성↑
김현정 기자공개 2020-12-14 08:00:14
[편집자주]
2019년 DLF와 라임사태, 2020년 옵티머스 사태까지. 잇따라 터진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시중은행들은 지난 1년 동안 홍역에 시달렸다. 고객의 신뢰로 살아가는 은행인만큼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웠다. 엄격한 기준 재수립과 리스크관리 강화 등 소비자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펀드사태 후 과연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년간 일련의 사모펀드 펀드사태에서 빗겨간 유일한 시중은행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으로 올해 강도 높은 금융상품 내부통제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특히 리스크 강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했다. 전문가 자문위원회 설치, 의사결정 협의체 신설, 리스크관리업무 이관까지 겹겹이 방어막으로 고객자산 관리에 나섰다.
이 밖에 고객의 요구사항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은행장 직속 위원회를 설치해 허인 행장이 고객의 모든 요청 자료를 직접 챙기고 있다. 고객서비스(CS) 평가 제도를 변경해 고객의 목소리를 영업점에 반영토록 했다.
◇고객자산 리스크 강화, 촘촘한 방어막 구축
국민은행은 2019년 하반기부터 은행권에 불어닥친 사모펀드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고 무풍지대로 살아남은 곳이다. DLF 사태와 라임 및 옵티머스 사태 때에도 국민은행은 해당 펀드들을 팔지 않은 몇 안되는 은행 중 한 곳이었다. 그 비결을 묻는 목소리도 그만큼 많았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촘촘한 자체 규정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었다. 사모펀드 육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상품구조와 운용사 리스크, 기초자산 등을 면밀히 따져 투자 의사결정을 했다. 올 들어서야 많은 시중은행들이 고객수익률을 KPI에 반영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기존에도 고객수익률을 KPI로 관리한 곳이었다.
기고만장할 법도 하지만 국민은행은 올 한해 금융상품 리스크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했다. 펀드 사태 후 시중은행들이 강구하고 있는 장치들은 대부분 국민은행에도 내재화된 장치다. 한 발 더 나아가 더욱 엄격한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기본적으로 국민은행은 신탁·펀드 등 고객자산에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리스크관리 원칙인 ‘3중방어모형(3-lines Defence)’을 적용시켰다. 상품의 기획, 선정, 판매 및 사후관리 전반에 대한 1차적 리스크관리는 첫 번째 방어막(1st Line)인 금융투자상품본부가 주도해 수행했다. 리스크전략그룹이 두 번째 방어막(2nd Line) 위치에서 금융투자상품본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추 역할을 맡고 있다. 세 번째 방어막(3rd Line)은 감사부에서 담당한다.
특히 리스크전략그룹이 전문적으로 고객자산에 대한 리스크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부서에 소속돼있던 신탁펀드고객리스크관리팀을 올 7월 리스크관리부로 이관했다. 고객자산도 은행 고유자산에 준하게 리스크관리를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뿐만 아니다. 국민은행은 올 8월 두 개의 의사결정 협의체를 추가로 신설함으로써 고객자산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일반적인 금융상품 출시에 대해서는 ‘신탁·펀드 고객자산 리스크관리심의회’의 결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심의회 심의 과정을 거친 후 더 상위 의사결정 협의체인 ‘신탁·펀드 고객자산 리스크관리협의회’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더불어 6월에는 외부자문기구를 설치했다. 제3자의 시각을 통해 객관적으로 프로세스를 검토하겠다는 의지였다. 국민은행의 ‘소비자권익강화 자문위원회’는 신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향성 검토, 소비자보호 제도 및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의견 제시 등 금융소비자의 권익 강화를 위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외부전문위원 4명과 명현식 국민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상무)가 참여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위원회를 연다.
◇소비자보호본부 다시 독립 ‘아이디어 창고’
국민은행은 올 한해 소비자보호라는 목표 아래 전 부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보호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은 소비자보호본부다.
국민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업무의 이해상충방지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해 2013년 12월 은행장 직속의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했다. 그러다 2015년 초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으로 소속시켰다.
5년간 해당 체제를 유지하던 중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가 큰 이슈로 부상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가 광고, 홍보 등의 업무를 겸하는 것은 전문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받아들여 올 초 소비자보호업무만을 전담하는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했다. 과거의 소비자보호본부장과는 달리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를 상무급 임원으로 보임함으로써 위상을 높였다.
현재 소비자보호본부는 소비자보호부와 금융사기대응유닛으로 이뤄져있다. 소비자보호부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 기획, 불완전판매 모니터링, 고객만족도 조사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고객상품 선정을 담당하는 위원회도 소비자보호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준비도 이곳에서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본부는 올해 초 독립 조직화된 뒤 허인 행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다양한 금융소비자보호 장치 마련을 시도하는 중이다.
‘VOC(고객의 소리) 운영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해당 위원회는 고객들의 제도 개선 요구를 현실화시키는 곳이다. 허 행장이 위원장, 명 상무가 간사, 각 사업그룹장(부행장·전무·상무)들이 위원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객의 요청사항이 접수돼도 '핑퐁 게임'하듯 서로 주무부서가 아니라고 미루거나 흘려듣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은행은 VOC 운영 위원회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행장이 직접 관여토록 해 실효성을 크게 제고시켰다. 실제 허 행장은 접수된 모든 고객들의 불편사항에 대한 자료를 읽어보고 건건이 다 멘트를 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3분기까지 접수된 100여건의 고객요청사항 중 3분기까지 개선완료된 사항이 54건에 달한다. 진행 중인 사안이 36건,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린 게 10건 정도 된다. 국민은행이 최근 ATM기기를 업그레이드한 것도 VOC 운영위원회에서 접수·결정된 사안이다.
고객들이 자동이체기기로 업무를 볼 때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메시지가 코드명으로 제시되는 것에 대한 불편사항을 많이 제기했다고 한다. 허 행장은 이를 개선해야할 사안으로 판단했고 IT그룹, 개인고객그룹 등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작업미완료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했다.
명 상무는 “VOC 운영 위원회는 행내 최고 권위기관으로 소비자보호를 얼마나 높은 가치로 두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기구”이라며 “영업점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실제 제도화되는 것을 보고 간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본부는 내년 고객서비스(CS) 평가도 탈바꿈할 계획을 세웠다. 여태까지는 평가위주의 CS였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평가해 직원들의 고과에 활용하기도 했다. 명 상무는 이렇게 얻은 고객 평가가 직원들의 서비스 개선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명 상무는 “은행 인력의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고객의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의 성향도 잘 고려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도가 준비됐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내년 초쯤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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