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하나은행, 금융권 최초 '소보' 독립조직의 역사④2012년 조직화 후 다양한 변화, 보조진단표·금융사기예방 등 완성도↑
김현정 기자공개 2020-12-15 10:00:00
[편집자주]
2019년 DLF와 라임사태, 2020년 옵티머스 사태까지. 잇따라 터진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로 시중은행들은 지난 1년 동안 홍역에 시달렸다. 고객의 신뢰로 살아가는 은행인만큼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웠다. 엄격한 기준 재수립과 리스크관리 강화 등 소비자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펀드사태 후 과연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2012년 말 금융권 최초로 소비자보호조직을 독립신설하며 소비자 중심 경영 문화를 오랜 기간에 걸쳐 정착시킨 곳이다.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식 때에는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제정·공표하며 소비자보호 가치에 최우선을 둔 은행임을 확실히 알렸다.다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굵직한 펀드 사태들에 잇따라 연루된 탓에 혼란이 있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외쳐왔던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정신이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나은행은 손님의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올 한해 동안 손님 가치증대에 방점을 둔 세심한 서비스들을 지속해 내놓으며 소비자보호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통합은행 출범시 '소비자보호헌장' 공표, 고객 가치 경영 최우선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상품 대거 손실,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등을 거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5월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출범시켰고 정부 및 6명의 국회의원들이 19대 국회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재발의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 시도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1~2년의 시차였지만 2012년 말 가장 먼저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며 행내 소비자보호 기능을 조직화한 게 바로 하나은행이다. 2014년 1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규정 등 제반 내규를 제정했고 같은 해 12월 금융권 최초로 금융소비자보호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의 소비자보호 강화 행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통합은행 출범식이었다. 2015년 9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통합은행이 출범했음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이 선포됐다.
당시 함영주 초대 하나은행장은 “최상의 서비스로 ‘손님중심’, ‘손님만족’, ‘손님행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신뢰받는 은행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자산 규모나 재무적 성과의 포부를 드러낸 것이 아닌 고객 최우선의 은행을 다짐한 것이다. 그만큼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이 돋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2019년 초에는 소비자브랜드그룹 소속으로 있던 소비자보호본부를 떼어내 ‘소비자행복그룹’으로 격상시켰다.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통한 소비자보호 강화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해 하반기 펀드 사태가 속출했고 2020년 초 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하나은행의 행보를 밟았다. 광고 및 홍보 기능을 하는 소비자브랜드그룹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행복그룹’의 명칭을 ‘소비자보호그룹’으로 바꾸고 기존에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했다. 수장의 업무를 나눠 더 업그레이드된 소비자보호 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기존 사업들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위한 조치였다.
백미경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전무는 “올해 특히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들까지 자유롭게 해보라는 취지로 소비자보호그룹에 인력이 많이 충원됐고 본부장까지 배치된 만큼 더 깊숙한 부분까지 소비자보호 영역을 넓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심한 서비스,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겠다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라 소비자보호 업무 범위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완전 판매 프로세스 구축 강화, 기 판매됐던 사모펀드에 대한 민원처리 등 사후관리, 2021년 3월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한 대응 등 그 어느 때보다 업무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사업에 있어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완전판매 문화 정착을 위한 영업점 미스터리쇼핑 관리를 강화한 일이다.
올 2월 금융당국이 실시한 은행권의 미스터리쇼핑 결과 은행들의 영업 행태 수준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제일 높은 평가를 받은 하나은행도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
이에 하나은행은 미스터리쇼핑의 빈도수를 높이며 관리를 강화했다. 외부 용역을 통해 하나은행 영업점이 가이드라인에 미흡한 수준으로 상품 판매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면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3번 연속 지적을 받는 영업점은 해당 금융상품을 5영업일 간 팔 수 없도록 사후조치를 엄격히 했다.
백 전무는 “제일 잘했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성적이었던 만큼 상대적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집중관리에 들어갔고 일 년 사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손님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완전 판매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차별화된 맞춤형 금융사기예방진단표 서비스를 도입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연령·거래유형·거래금액 등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문구를 제공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일례로 고객이 고령자라면 큰 글씨 진단표, 그림 진단표 등 보조 진단표를 제공하고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메세지를 적기에 발송하는 방식이다.
2018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AI 및 빅데이터 활용 금융사기 이상징후탐지시스템(FDS)이 기반이 됐다. 최신 사기 패턴 발생 시 빠른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은행권에서 잡기 힘든 사기들도 금방 적발할 수 있다. 최근엔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에서 많이 일어나는 사기 패턴, 직장이나 자택 외 의심지역에서 발생하는 거액거래 패턴, 악성앱을 고객 휴대전화에 심어 해킹하는 패턴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 덕분에 하나은행은 금융사기 예방과 관련해 타행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금융당국의 사례 발표 등도 도맡아 하는 중이다. 금융당국 태스크포스팀에 가서 하나은행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하나은행의 소비자보호그룹이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고령자에 대한 금융서비스다. 이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고령자의 금융지식 이해 증진 및 자산관리를 돕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 연내 완료 목표
연내에는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완전판매 프로세스의 핵심은 표준화된 절차 준수에 따른 편차 없는 완전판매 서비스 제공에 있다.
하나은행은 올 한해 도입·심의·판매·점검·사후관리 등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 걸친 대대적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모든 부서가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판매 과정에서 손님의 투자성향 분석부터 상품설명, 계좌개설까지 각 단계별로 통일된 설명 자료와 서식 등을 마련했다. 스마트 창구의 모든 서식을 전자서식으로 통일 변경한 것도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현을 위한 일이다.
전자서식을 사용함에 따라 즉각적으로 서류 미비 내용을 수정할 수 있게 됐다. AI 필체인식 모형 활용 및 후선 문서점검팀의 서류 점검 등으로 주요 항목의 누락, 오작성 여부 체크가 실시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백 전무는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구 제도 개선, 신 제도 신설, 시스템 개발 등 수많은 작업이 한 해 동안 이뤄졌다”며 “다만 올 9월 새로 제정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및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 영업 준칙’과 관련해 개발요건이 추가됨에 따라 일부 항목은 올 연말까지 전산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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