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엔테크놀로지가 회생절차에 진입했다. 신재생에너지 저장시스템(이하 ESS, Energy Storage System)을 개발·시공하는 회사다. 2017년 ESS 화재사고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안전대책으로 에너지 저장량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공급가격이 하락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후 진행될 조사위원의 계속기업가치 산정에 따라 M&A 혹은 청산 등 여부가 판가름 난다.21일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2파산부는 18일 이엔테크놀로지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다. 당초 이엔테크놀로지는 올 11월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 명령을 받았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이엔테크놀로지는 ESS를 주력 생산하는 업체로 2003년 설립됐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을 원하는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게끔 미리 저장해 두는 시스템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필수 장치다. 이외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투입되는 플라즈마 전원공급장치와 전기차 전용 급속 충전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엔테크놀로지는 2012년 정부가 에너지 발전사업자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일명 'RPS' 제도를 도입하면서 성장 궤도에 오르게 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ESS 기업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 할당량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엔테크놀로지는 신용인과 울주, 춘천, 고창 등지에 ESS 시설을 확보하며 외형 확장에 나서왔다. 2018년에는 국내 에너지 업계 가운데 최초로 제너럴일렉트릭(GE)과 태양광 발전 및 ESS 사업 협력을 맺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삼성SDI, LG전자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KoFC-SGI녹색산업투자조합 △LG전자 △엘비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ESS 장치 화재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부는 화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ESS장비 관리운영 지침을 개정했고, ESS 내부 배터리의 에너지 충전율을 제한하는 조치 등을 내렸다. 또 ESS를 거쳐 생산된 신재생에너지 가격에 인센티브 개념으로 부여되던 'REC 가중치'가 과충전 사업장에는 내년부터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ESS 장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켜지면서 각종 정책에 변화가 생기자 REC 가격 역시 폭락했다. 한국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올해 11월 거래된 REC 금액은 1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 금액인 450억원에 비해 약 62% 감소했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이엔테크놀로지의 영업활동에 바로 타격을 줬다. REC가격이 급속도로 하향 곡선을 타면서 ESS 설비 확대 역시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엔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333억원으로 2018년 매출액 659억원 대비 크게 줄었고 2018년부터 영업적자 상태다.
이엔테크놀로지는 지난달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향후 조사위원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판단에 따라 M&A 및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이엔테크놀로지는 경영권 매각 혹은 파산 수순을 밟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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