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의 주식자본시장(ECM) 확장 기세가 무섭다. 새해 벽두부터 4조~5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한화종합화학 상장 대표 주관을 따냈다. 조만간 입찰 경쟁을 시작하는 롯데렌탈 IPO도 딜을 가져갈 유력한 주관사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IPO로 기대를 모으는 LG에너지솔루션 딜에도 NH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과 함께 대표 주관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선 대표 자격이든 공동 지위든 KB증권이 주관사단에는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원스토어, 호반건설, SK매직 등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은 예비 상장사는 올해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전에 뒀다. 모두 수조원의 몸값이 점쳐지는 대어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말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10조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처럼 거침없는 ECM 확장 행보의 중심에는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있다. 2019년 최고 경영자에 오른 김 대표는 부채자본시장(DCM)에 치중된 IB사업부의 균형을 맞춘다는 목표 아래 ECM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문가 영입에 직접 나서고 ECM 조직 편제를 수시로 확장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의 지원과 가시적인 성과에 힘을 얻은 IB부문은 올해 사상 첫 ECM 1위 등극을 목표로 설정했다. 진행 중인 여러 빅딜을 계획대로 성사시키면 1위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ECM 수임 경쟁 현황만 놓고 보면 앞으로 최소 2~3년은 KB증권이 ECM 1~2위를 다툴 가능성이 높다.
국내 ECM 시장은 빅3로 불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장기 집권 체제가 오랜 기간 이어지는 중이다. 세 증권사는 무수한 빅딜을 성공시키며 쌓은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굳건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내로라하는 증권사는 ECM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빅3를 위협할만한 존재감을 드러낸 곳은 KB증권과 삼성증권 정도다.
오랜 업력을 쌓은 상위 증권사에 딜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다. 다만 사실상의 과점 체제로 인한 시장 정체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비판하는 의견은 항상 제기되고 있다. 다른 IB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늘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KB증권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ECM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KB증권의 선전으로 IB와 발행사 전반에 건전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3 증권사에겐 미안한 얘기일 수 있으나 시장 선순환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2021년을 ECM 1위의 원년으로 천명한 KB증권이 당면한 딜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며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딜 실행(Execution)을 본격 시작하는 KB증권 ECM본부의 올해 행보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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