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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배당 20%룰' 고민 엿보였던 IR 외국계PE 고배당 약속 vs 당국 지침 '고심'…3월 이사회서 최종 결정

손현지 기자공개 2021-02-09 07:46:4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당성향을 (목표 수준으로) 빨리 끌어올리고 싶지만 3월 이사회 전까지 충분한 고민을 통해 결정할 것입니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지난 5일 2020년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정책과 관련된 설명에 유독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년 연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배당 규모를 동시에 발표해왔지만 이번엔 이를 확정해 알리지 못했다.

신한지주의 올해 첫 컨퍼런스콜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배당'이었다. 금융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배당성향 제한(20% 이내) 조치를 내놓은 뒤 금융사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질의응답(Q&A) 섹션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4명의 증권사 연구원들도 전부 배당정책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20% 이상 배당이 가능한 상황인지, 배상성향을 끌어올리는 게 어려운 것인지 등 질문이 나왔다.

답변자로 나선 노 부사장은 "어려운 질문"이라고 첫마디를 뗐다. 이어 "감독당국의 입장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 3월 이사회까지 시일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당초 계획'이란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신한지주의 2019년 배당성향은 25%다. 아울러 작년 순이익 3조4146억원을 거둬들이며 최대실적을 경신해 2020년 실적 기준 배당 여력도 충분한 상태다.

다만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배당 20%룰'에 따라 계획이 틀어졌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을 강조하며 금융지주에 연말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단순한 권고를 넘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해당안건을 통과시키며 강제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신한지주가 작년 주주로 영입한 외국계 PE(어피너티·베어링PE)들에게 고배당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당시 조용병 회장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조건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약속했다. 금융당국의 요구를 따르자니 주주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고배당을 감행하자니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걱정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날 씨티증권의 한 연구원은 금융감독원 지침의 효력을 묻기도 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관행'에 대한 질문이었다.

노 부사장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20%라는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다만 감독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기관이 이를 어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한금융은 이번 배당룰에서 살짝 비껴난 케이스로 봐야 한다. 신한은행은 작년 10~12월 금융당국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유일하게 배당제한 규제 비율을 웃돌았다. 코로나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2021년 경제성장률 -5.8%, L자형 장기침체)를 가정해 실시한 테스트였다.

이는 신한금융이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지침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L자형 시나리오를 통과한 은행에 한해선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넘겨도 좋다"는 조건을 달아놨다. 신한의 오랜 고민 이유도 다른 선택지(배당성향 20% 이상 책정)가 가능해서다.

노 부사장도 이번 컨콜에서 신한지주가 '배당 20%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감독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면 미리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배당성향을) 20%수준으로 정할 지, 아님 사측에서 판단한 배당 적정선을 정한 뒤 금융당국을 설득해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증명할 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권고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당국의 권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CEO는 라임펀드 중징계란 기로에 놓여 있다. 금감원은 조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문책경고를 통보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그간 '배당20%룰' 이행의무가 없는 신한지주에게도 "업권의 분위기를 고려해 신중하게 배당성향을 결정해달라"고 당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당국의 지침에 부응하는 기조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4일, 5일 차례로 이사회를 열고 배당성향을 마지노선을 꽉 채운 20%로 결정했다. 신한금융 나홀로 다른 방향성을 끌고 간다면 당국과 마찰을 빚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이날 신한지주는 그간 추진해왔던 '중간배당'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당국의 자본관리 권고안에 따르게 되더라도 중간배당은 배당성향 20% 내에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노 부사장은 "중간배당 시행에 대한 계획은 여전하지만 정관개정이 선제되야 하는 만큼 당장 1분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작년 자율공시에서 설명했듯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의 권고에 따라) 올해 배당성향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이라도 적극 시행할 것"이라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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