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한화건설]덩치 큰 비상장, 사외이사제 도입은 언제쯤①김승연 회장 복귀로 가능성 부상…내부거래위 설치여부 주목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10 11:02:0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애정이 각별한 곳으로 꼽힌다. 청년 시절 경영수업을 그 전신인 태평양건설에서 시작했고 최근에는 7년 만의 경영 복귀처 중 하나로 한화건설을 택했다.다만 주목도와 달리 비상장이다 보니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는 미흡한 편이다. 시평 11위 건설사지만 사외이사 또는 이사회 내부 별도 위원회 등을 두고 있지 않다. 김 회장이 올들어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선출, 특히 내부거래 심사기구의 설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한화건설 이사회 멤버는 대표이사인 최광호 사장, 김영한 재무실장(CFO), 박철광 경영전략실장 등 사내이사 셋으로 이뤄졌다. 김승연 회장이 공동 대표를 맡았던 2013년까지는 사내이사 숫자가 4명이었지만 이듬해 김 회장이 물러난 뒤로 쭉 3인 체제를 유지 중이다.

이는 경쟁사들과 비교해봐도 조촐한 규모다.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기타비상무이사를 3명이나 둔 포스코건설을 제외하고는 비상장사들도 모두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건설의 경우 등기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4명)로 채워 상장사 수준의 이사진을 구축했다
이밖에 롯데건설은 이사진 8명 중 사외이사가 3명인 구조로 경영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현대엔지니어링도 1명이긴 하지만 사외이사를 따로 뽑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사외이사가 강제사항이 아니다보니 아직 두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상장사에 준하는 내부회계관리를 위해 작년부터 TFT 조직을 운영하는 등 투명성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사는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할 의무가 없다. 상법은 사외이사를 3인 이상, 이사 총수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나 이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국한된다. 한화건설은 작년 9월 말 기준 자산이 6조6000억원 이상으로 2조원을 훌쩍 웃돌지만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법률에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계는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DB그룹은 전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롯데그룹의 경우 자산 3000억원 이상의 비상장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 측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기조가 읽힌다. 작년 4월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비상장사로는 최초로 사외이사를 선출하면서 사외이사 2인,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중 불공정하거나 부당지원 가능성이 있는 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직 그룹 비상장사 중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곳은 한화에너지 하나뿐이지만 한화건설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자산규모가 2조원에 못미치는 한화에너지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큰 만큼 사외이사의 감시, 내부거래의 심의 필요성도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말 기준 한화건설은 연매출의 27.19%인 1조396억원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한화에너지(27.87%, 1550억원)와 비교해 비중은 낮지만 규모는 10배에 이른다.
김승연 회장이 복귀하면서 경영구조 개선 여부에 여론과 재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취업제한 기간이 지난달 만료된 김 회장은 한화건설을 포함해 ㈜한화, 한화솔루션 등 3개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에 올라 사업을 총괄 지휘한다. 셋 중 한화건설만 비상장이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ESG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선언한 만큼 한화건설을 앞세워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화건설은 그룹 내에서 의미가 상당한 계열사다. 규모 면으로 보면 입지가 대단하다고 할 수 없지만 ㈜한화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내 계열사는 한화건설과 한화테크엠 뿐인 데다 김 회장의 애착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가 처음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것이 한화건설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977년 태평양건설(현 한화건설)의 해외수주담당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고 2012년에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공사 수주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최근 풍력사업실을 새로 만드는 등 사업 내용적인 면에서 ESG에 더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다만 사외이사 도입의 경우 내부적 협의와 검토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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