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워치]하나은행, 미국發 '금리 상승' 리스크…선제 대응 체제로 막는다신용평가·대출자산 모니터링 강화, 본점 차원 조기경보시스템 가동
고설봉 기자공개 2021-03-10 09:02:0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리 상승 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차주들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 등을 통해 사전에 리스크를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전략이다.황효상 하나은행 부행장(CRO)은 올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금리 상승을 꼽았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가운데 연쇄적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올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금리 상승”이라며 “기준 금리 자체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 국내 금융사도 이에 맟춰 금리를 올려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 우려가 제기되면서 하나은행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대출자산 관리다. 고정이하여신(NPL)과 연체율 관리 등 여건이 기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와 소호, 기업 대출 가운데 잠재돼 있던 부실이 일순간 터져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책금융 지원으로 버티고 있던 차주들의 경우 금리 인상시 리스크가 일순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주요 대출자산에 대한 원금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코로나19 관련 피해를 입은 개인과 법인을 구제하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정책금융의 역효과로 부실이 표면화되지 않고 시장에 그대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한계에 다다른 차주들이 이자와 원금을 유예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더 만성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선 부실이 누적된 차주를 상대로 연체율 등 지표를 산출할 수 없었다. 실제 원금·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대출자산에 대해서는 연체율 평가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이자를 수취하지 못하고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황 부행장은 “이미 대출에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정책금융을 통해 리스크가 이연된 측면도 있다”며 “정책금융의 보조를 받아 계속 대출을 유지하고 지금까지 끌고 왔는데 이 가운데 오히려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코로나19의 역설은 자산건전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은 지난해 말 총 9220억원으로 2019년 말 9830억원 대비 6.2% 줄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NPL비율은 0.39%에서 0.34%로 개선됐다. NPL커버리지비율도 2019년 말 94.1%에서 지난해 말 130.1%로 높아졌다.
반면 연체율 하락과 NPL비율 및 NPL커버리지비율 개선 등과는 상관없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해 누적 기준 대손충당금은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 9250억원 대비 29.6% 불어난 수치다.
실제 표면화된 연체율과 실질적으로 추정되는 대출자산 부실간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금과 이자를 유예한다는 것은 차주의 상환 여력 및 신용도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이런 경우 위험도에 따라 대출자산 가운데 일부를 NPL로 재평가하고 연체율도 산출했지만 지난해에는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리스크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더불어 금리 상승 정도와 경제 상황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잠재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각 영업점별 건전성 평가를 분기마다 실시한다. 더불어 본점 차원에서 차주들에 대한 신용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도를 해당 영업점에 사전에 통보하는 조기경보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황 부행장은 “본점 차원에서 문제 있는 여신을 잘 발견해서 영업점에 가이드 해주는 게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며 “이를 위해 CRO 및 리스크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리스크 관련 정보를 빨리 감지해서 전 영업점에 알려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규 대출에 대한 사전 사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시에도 대출자산을 꾸준히 늘려 시장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자산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실화된 자산을 상쇄해야 은행 자체의 건전성과 안정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부행장은 “대출자산을 늘리지 못하하는 것도 또 다른 리스크”라며 “우량한 고객들과 그렇지 못한 고객들을 선별해 맞춤 금융을 제공하기 위한 모델을 계속해 개선하고 있고, 차주의 신용등급 변동성 등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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