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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S·SK이노 배터리 분쟁]'폭스바겐 쇼크' 놓칠 수 없는 미국 시장...양사 "끝까지 간다"독일-중국, 전기차 배터리 동맹 강화…바이든, 거부권 행사 귀추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19 09:58:23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제작하는 등 수직계열화 계획을 밝히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소송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은 중국에 이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2위인데다 폭스바겐이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임을 감안하면 자체 생산 선언은 한국 배터리 업체에 상당한 위협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급 계획을 고려하면 LGES와 SK이노 모두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자국의 배터리 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유럽마저 배터리를 수직계열화한다면 미국 시장이 갖는 블루오션으로서의 의미는 더 커진다. 배터리 소송전에서 양측이 '임전무퇴'의 각오로 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 분쟁 속 중국업체의 유럽 공략...LG·SK 타격 불가피

한국딜로이트그룹은 2030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국가별 비중이 '중국 49%, 유럽 27%, 미국 14%'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시장 규모는 중국이 가장 크지만 CATL을 비롯한 현지업체가 군림하고 있어 한국기업이 세를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폭스바겐을 위시한 유럽 완성차업체마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선다면 한국기업이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이란 결론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그룹의 수직계열화 계획은 사실상 중국 CATL과 손을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향후 한국 배터리 3사가 설 입지가 크게 감소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폭스바겐은 향후 모듈 과정을 생략하고 팩에 직접 넣는 ‘셀투팩(Cell to Pack)', 더 나아가 팩 과정까지 생략한 ‘셀투카(Cell to Car)'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CATL이 처음 제시한 기술들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는배터리 셀을 모듈화해 팩을 만든다.

업계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기업을 배척하자 중국 업체가 유럽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은 2018년 상장 당시 첫 해외 공장이 독일 튀링겐주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폭스바겐이 파워데이 행사에서 CATL과 함께 로고를 노출시킨 궈시안 하이테크는 중국 내 3위 배터리 업체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최대 주주(지분 30%)로 등극했다. 독일 완성차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밀월은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 전기차 시대에도 패권을 잡겠다는 야심과 미국 대신 유럽을 공략하겠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은 국내 배터리 3사와 모두 거래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최대 거래처는 CATL이고, 국내 3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비슷한 수준이고 그 뒤가 SK이노베이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직 계열화가 완성되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과 미국 중국 간 포트폴리오 분산이 잘 돼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 할 것"이라면서 "유럽 시장 비중이 큰 삼성SDI와 이제 사업 초기 단계인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공장 설립 등 발빠르게 진출...미국 시장 중요성 확대

중국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유럽 시장과 달리 미국의 경우 한국 업체가 선전하고 있다.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 비중이 크지만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강자인 GM이나 포드는 한국업체와 손을 잡았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미국 내수용 차량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고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배터리를 생산하는 현지 공장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2곳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을 틈타 빠르게 공장 설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 이전 LG화학 시절부터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2012년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세운데 이어 GM과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지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게 대표적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역시 '투 트랙' 전략으로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이 가지는 중요성은 점차 커질수 밖에 없다. 중국이 유럽 시장을 노리고 독일과 '배터리 동맹'에 가까운 협력 관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 기업은 한국 배터리 업체와 결속을 다질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 이슈는 단순히 기업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정책과 이해관계와도 긴밀히 연결된다"면서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급 선언이 사실상 독일과 중국의 배터리 동맹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배터리 소송 거부권 행사 관련 어떤 결정을 내릴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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