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S·SK이노 배터리 분쟁]"사외이사도 반대" SK이노 이사회 전면 등장 '속내는''대표이사·의장 분리' 지배구조 앞세워 반대 명분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15 15:41:5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최종 판결과 관련해 확대 감사위원회를 열고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경영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앞세워 우회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LGES)이 요구하는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아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LGES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확대 감사위 내용 공개는 이사회의 과반이 넘는 사외이사가 LGES가 요구하는 합의금에 반대한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줘 합의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자사 논리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ITC 최종 판결 관련 사안을 심층 검토하기 위해 10일 오후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산하기구 중의 하나다. 현재 최우석 사외이사가 대표 감사위원을 맡고 있고 김종훈 의장과 김준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3명으로 구성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판결이 갖는 중대성을 감안해 기존 감사위원은 물론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감사위원회를 열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감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감사위원이 아닌 사외이사도 참여하는 확대 감사위원회는 특정한 이슈가 있을 때 부정기적으로 열린다"면서 "이번 확대 감사위원회는 ITC의 최종 판결 관련 내용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ITC 최종 판결 관련 이사회가 확대 감사위를 개최한 것도 눈에 띄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감사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외부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사회와 확대 감사위의 역할과 발언을 지렛대로 삼아 LGES에 배터리 소송과 관련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대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LGES가 요구하는 최소 3조원 수준의 합의금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견을 낸 셈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회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큰 무게감을 갖는다. 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 이사회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경영진을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된 이사회 체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독단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이는 LGES와의 배터리 소송에도 적용된다. 설혹 양사 경영진이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받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간다. 이사회의 반대가 명확한 상황에서 양사 합의가 무산되더라도 SK이노베이션 경영진 입장에서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배터리 소송 합의나 합의금 규모를 승인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사회를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의장은 통상 전문가다. 한-미 FTA협상 수석대표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배터리 소송에 무지한 인물이 아니라 통상 전문가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낸 의견이라는 점에서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송 관련 향후 이사회 할동과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ITC 소송 관련 대응을 위한 입장 정리와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주요 사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빠른 시일 내 대덕 배터리 연구원 등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최악의 경우 미국 사업을 접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LGES가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는 해줄수 없다는 의지를 확대 감사위원회 내용 공개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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