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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를 움직이는 사람들]정몽원 한라 회장, 정상화 주역...제2의 도약 이끈다①만도에 남다른 애착, 자율주행 집중투자...기술인재 중용

김서영 기자공개 2021-03-25 10:51:01

[편집자주]

만도는 매출기준 세계 49위의 자동차 부품사다. 한라그룹은 2008년 초 만도를 다시 품에 안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조향 시스템 등을 생산하며 미래차 시장의 중추적인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만도는 자율주행과 전장부품 전문기업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100% 인수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노린다. 더벨은 만도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원 한라 회장(사진)에게 만도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로 해외 투자기업에 매각했던 만도를 2008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만도만은 다시 찾아라"라는 부친의 유언을 지킬 수 있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의 창업주이자 정주영 명예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정 회장은 만도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경영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2017년 성장세가 꺾인 만도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5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정 회장은 만도를 자율주행 부품사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키우고 있다.

◇한라그룹의 모태, 만도를 다시 안기까지

1955년 8월4일 서울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인 1978년 8월 한라해운에 사원으로 입사해 한라그룹에 첫발을 들였다. 이듬해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정 회장은 1983년 3월 만도기계 부장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85년에 만도기계 전무로 승진했고, 1989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1992년 한라그룹 부회장에, 1997년 회장에 취임했다.

만도는 한라그룹의 모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만도의 모태는 정인영 명예회장이 1962년 설립한 현대양행의 기계사업부(안양공장)다. 1969년부터 자동차부품 생산을 개시했다. 1980년 현대양행의 기계사업부가 독립해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기계㈜로 설립됐다. 1999년 11월 만도기계가 만도㈜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만도(萬都)’라는 이름은 ‘전 세계 1만 개 도시로 뻗어 가자’는 뜻이다.

참고로 1976년부터 국내 최초로 건설 중장비를 생산한 현대양행 창원공장은 1980년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부에 귀속돼 한국중공업으로 바뀌었다. 민영화 일환으로 2000년 두산그룹이 인수하면서 두산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정 회장에게 만도는 '아픈 손가락'이다. 정 회장이 한라그룹 회장에 오르자마자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맞닥뜨렸다. 그해 말 한라그룹의 부도가 공식적으로 선언되면서 만도는 해외로 매각됐다. 정 회장은 2008년 만도 인수 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10년 동안 만도가 한 번도 한라의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위기를 기회로, 매출처 다각화·미래투자 확대

한라그룹에 재인수된 만도는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인수 3년차인 2011년 만도의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매출 규모는 2조820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증가했다. 만도가 안정적인 실적을 내자 정 회장은 ㈜한라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만도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정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만도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중국 사드 사태 이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판매가 급락했고, 그 사이 중국 로컬 부품업체들이 성장하며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익성이 떨어졌다. 만도는 2016년 매출 5조8664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매출은 5조684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83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016년 5.2%에서 2017년 1.5%로 급감했다.

정 회장은 2017년 10월 만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대표이사 복귀 후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만도는 2020년까지 현대차·기아 매출을 45%에서 3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GM, 포드, 폭스바겐 등 미국과 유럽 완성차 브랜드에도 부품을 공급하며 매출처를 확대했다.

만도는 2008년 850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를 지난해 3227억원으로 4배가량 늘렸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률 역시 5.8%로 높아졌다. 2019년에는 연구개발비가 3609억원,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률이 6.03%로 나타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만도는 대대적인 미래 투자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만도는 섀시 부품에 ADAS를 결합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2019년 미국 완성차 브랜드에 ADAS 기술이 결합된 핸들을 납품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만도는 최근 자율주행 및 전장부품 전문기업인 만도헬라일레트로닉스 지분을 인수했다. 자율주행 핵심 부품의 설계-실증-생산으로 연결되는 '풀 사이클(full-cycle)'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백만원, %)

◇'기술인재' 영입, 직접 팔 걷어붙여

정 회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대비하기 위해 전방위적 인재경영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1월 정 회장의 인사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지주사 한라홀딩스와 만도의 최고인사책임자(CHRO)에 선임됐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인사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정 회장표 인재경영은 2017년부터 이어졌다. 당시 만도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엔지니어 출신 임원을 중용해 눈길을 끌었다. 탁일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탁 사장은 정 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탁 사장은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은 인물로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부터 30년 넘게 만도의 연구개발 분야를 이끌었다.

정 회장은 2019년 9월 자율주행·친환경 부품 개발 등 신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인 'WG 캠퍼스'를 신설했다. ㈜한라에는 삼성전자 출신 우경호 본부장을, 만도에는 LG전자 출신 오창훈 본부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정 회장은 조성현 만도 총괄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만도 이사회는 "연구개발(R&D) 부문이 중요한 당사 특성상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혁신적인 R&D 개발 및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 증대 및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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