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리포트]비메모리 확 키운 하나마이크론, 최창호 회장의 선구안해외법인 신공장 본격 가동 효과 주목, 테스트 사업 매출 비중 확대 눈길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30 07:37:02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부장 기업들이 한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뒤이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절호의 찬스와 함께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맞았다. 더벨은 슈퍼사이클에 대비하는 반도체 생태계 구성원들의 경쟁력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후공정 산업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선 종합반도체기업(IDM)이 주도적으로 제조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제조공정별 분업화와 전문화가 중요해진다. 전공정(설계와 제조)을 담당하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후공정(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을 맡는 OSAT(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업체로 밸류체인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이러한 전공정과 후공정 업체들이 고르게 성장해야 서로 시너지를 내며 커질 수 있다.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하나마이크론이다. 하나마이크론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 모두 아우르며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부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은 주력 사업인 패키징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데 안주하지 않았다. 테스트 사업 확대, 베트남 신공장 가동, 범프(BUMP) 사업 물적분할 등 지난해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서 더 넓은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준비해왔다. 올해 초호황기 진입에 힘입어 외형성장을 이룰지 주목된다.
◇지난해 가동률 하락...올해 초호황, 실적 개선 기대감↑
하나마이크론의 최대주주는 지분 17.90%를 보유한 최창호 회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획관리본부장 출신으로 2001년 회사를 설립한 창업주이기도 하다. 2017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임하며 2007년 하나머티리얼즈 설립, 2010년 브라질 시장 진출을 통한 생산기지 확대 등을 이끌었다.
하나마이크론의 사업 부문은 반도체 제조(패키징과 테스트)와 종속기업인 하나머티리얼즈가 영위하는 반도체 재료(실리콘 부품)를 아우른다. 지난해 연결 회계 기준 매출은 5395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으로 전년 매출(4982억원)과 영업이익(453억) 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연결 회계 기준 매출에는 하나머티리얼즈와 HT마이크론(브라질 법인) 등 본사 외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영돼 있다.
하나마이크론의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매출액은 3113억원으로 전년(2987억원) 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 34억원에서 지난해 1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반도체 패키징 부문 가동률이 약 73%로 전년(약 78%)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체 실적 하락을 방어하는 데 기여한 하나머티리얼즈의 가동률은 91.13%였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을수록 그만큼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다.
또 해외법인의 경우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인 경우가 있어 매출 기여도가 낮은 편이다. 베트남법인은 공장 2개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제2공장은 지난해 완공되면서 투자 비용이 반영돼 영업손실을 냈다. 브라질법인의 경우 환차손에 따른 영업외손실로 역시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베트남2공장의 경우 당분간 투자금 집행과 인원 투입으로 인해 적자가 예상된다"면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매출과 영업이익률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모두 성장이 크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하나마이크론의 성장성 역시 부각되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마이크론이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사업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여 후공정 업계에서는 드물게 양쪽에서 수혜를 입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비중 60% 이상 달성, 테스트 사업 확대 눈길
회사는 지난해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원래 하나마이크론은 메모리 전문 후공정 기업이었으나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지난해 비메모리 매출 비중이 6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비메모리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매출 비중이 51%였다가 지난해 62%로 뛰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공정라인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설비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 투자 없이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패키징 제품별 매출액에서 시스템반도체에 적용되는 플립칩볼그레이드어레이(FCBGA) 비중이 높아졌다. 기존엔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에 적용되는 임베디드멀티칩패키지(EMCP)가 매출 비중이 높았다. FCBGA는 와이어 없이 칩과 기판이 직접 전기교류를 할 수 있도록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을 말한다. 회사 IR자료에서 패키징 제품별 매출액 비중에 따르면 EMCP는 2019년 23%에서 지난해 16%로 줄고 플립칩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33%로 늘었다.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등 최첨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는 워낙 분야가 넓고 모든 분야에서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제품별로 가성비에 맞는 패키징 공정을 쓰는 것으로 시장 파이는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테스트 부문 매출 기여도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제조 부문 가운데 패키징과 테스트의 매출 비중은 각각 55%, 7.6%였다. 2019년엔 패키지와 테스트가 각각 64%, 2.7%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었다. 별도의 재료비 등이 들어가지 않는 테스트 사업이 패키징 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다.
패키지와 테스트 두 사업분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은 19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테스트 사업에서 올린 매출은 350억원이다. 패키징·테스트 사업을 합한 매출의 20% 수준이다. 지난해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무선통신칩(RFIC),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물량이 증가해 외형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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