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돈 회장, '동남합성·잉크테크' 경영 참여 평행이론 지분 늘려 '투자→경영' 변경, 양종상 대표 선봉장 역할…보유 지분, 오너일가 보다 많아
신상윤 기자공개 2021-04-15 11:42:5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5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초 및 첨단 정밀화학제품 전문기업 '미원상사그룹'이 잉크젯 전문기업 '잉크테크'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정돈 미원상사그룹 회장은 잉크테크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데 이어 지주사 자금을 동원해 지배력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쟁사 '동남합성'을 계열사에 편입했던 사례가 업계에 회자돼 눈길을 끌고 있다.김 회장은 지난 6일 잉크테크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2019년 6월 잉크테크 7회차 전환사채(CB) 30억원을 직접 인수한 이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해왔다. 앞서 이달 초 유가증권 상장사 미원홀딩스가 120억원 어치 잉크테크 유상증자 투자에 이은 행보인 만큼 대내외 관심이 쏠렸다.
김 회장이 미원홀딩스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확보한 잉크테크 지분율은 16.7%다. 그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CB를 포함하면 20.22%까지 상승한다. 반면 잉크테크 창업주 정광춘 대표의 지분율은 17.36% 수준이다. 정 대표가 김 회장을 특수관계인으로 포함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진 않았지만, 김 회장이 신임 사내이사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변화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에 M&A업계에선 '동남합성'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9월10일 김 회장은 동남합성 창업주의 2세인 이지희 부회장과 경영권 지분 인수 합의를 체결하면서 동남합성을 계열사에 편입했다. 오너일가 2세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지분을 확대하며 압박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잉크테크도 동남합성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관측되는 탓이다.
동남합성은 1965년 10월 창업자 고(故) 이의갑 전 회장이 설립한 동남합성공업이 모태다. 국내 최초 계면활성제 생산 등 국내 화학산업을 선도했다. 미원상사는 동남합성과 화학제품 사업을 영위한다는 측면에서 협력과 경쟁 관계였다.
양사의 관계는 최근 발간된 '미원상사 60년사'를 통해 일부 드러난다. 1968년 동남합성이 공장 화재를 겪었을 땐 미원상사가 수입했던 제품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미원상사도 동남합성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동남합성이 1996년 유가증권에 상장할 당시 미원상사는 주 고객사였다. 미원상사는 동남합성에 지분을 투자하며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사는 동남합성 2세 승계 과정에서 틀어졌다. 동남합성 창업주가 경영권을 김 회장에게 넘기려했으나 가족 간 의견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미원상사는 수요가 증가했던 산화에틸렌부가물(EOA) 등 동남합성에서 공급받던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김 회장이 2010년 6월 LG화학 등 도움으로 미원이오디를 설립해 직접 EOA 생산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그러다 동남합성 창업주 타계 후 2세인 이 부회장이 남매인 이승혁 대표와 갈등을 빚었고, 김 회장에게 손을 빌리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김 회장은 2003년 1월 동남합성 주식을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데 이어 계열사와 함께 지분을 늘려왔던 상황이다.
결국, 김 회장이 2011년 말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을 땐 이미 26%가 넘은 상태였다. 동남합성 오너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졌지만, 내부 갈등으로 한 데 지배력이 결집되지 않았던 만큼 경영권 향방도 김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듬해 8월 김 회장 등 미원상사그룹 경영진이 대거 동남합성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김 회장은 동남합성을 2016년 8월 미원이오디와 합병시켰다.
이 과정에서 미원상사 출신 양종상 대표가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그는 1980년 미원상사에 입사해 총무부장과 공장장, 사업부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비롯해 사내이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미원상사그룹이 동남합성을 인수할 때 선봉에 나서 사내이사 대표를 맡아 체질개선과 타 계열사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그가 지난해 잉크테크 대표를 맡으면서 미원상사그룹의 동남합성 M&A 사례가 다시 회자하는 상황이다. 다만 잉크테크는 현재 창업주 정 대표 2세들의 경영 참여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사위(김지수 씨)만 소폭의 주식 보유량을 늘린 것 외에 지분 변동도 크지 않다.
이와 관련 미원상사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CB와 지분 투자로 관여를 한 만큼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재무나 사업 등 경영적 측면에서 단순히 도와주는 것을 넘어 투자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경영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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