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0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티즌이 대신 홍보해주는 LG'란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LG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스펙과 성능을 보이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꼬집은 얘기들이다.몇 가지 유명 사례들은 지금도 회자된다. 초경량 노트북 그램PC 중 14인치 모델을 980g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로는 963g이었다. 네티즌들은 '왜 더 무겁게 광고를 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LG는 도료의 무게 오차 등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남들은 어떻게든 과장 광고를 하는데 거꾸로 축소 광고를 했다.
V10 스마트폰도 유명하다. 스마트폰 베젤 좌우를 20K 금으로 도금했는데 해당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았다. 색깔별로 금이 안 들어가는 제품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품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 V10 제품엔 유명 오디오 회사 AKG와 협업한 번들 이어폰이 들어 있었고 미국 국방부 충격 테스트도 통과했다. 모두 파격적인 스펙이었는데 광고에 쓰이지 않았다. 네티즌들이 스스로 알아줘야 했다.
감성적인 가죽 질감의 커버를 만든 적도 있다. 모듈형 스마트폰을 내세웠던 G5도 괜찮은 시도였다. 듀얼디스플레이 컨셉트도 획기적이었고 디스플레이 화면을 좌우로 회전하는 '윙' 스마트폰도 참신했다.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뻔한 상소문 에디션, 롤러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기술력도 완성 단계였다. 한정판으로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LG는 결국 스마트폰에서 실패했다. 사업 중단을 선언했고 청산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을 새로운 업무로 배치하는 일만 남았다.
LG전자 MC사업부문은 2020년말 기준 자산 3조5021억원, 부채는 7조6082억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별도 법인은 아니니 자본 잠식이란 표현이 맞지 않지만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자본계정은 마이너스(-) 4조1061억원이었다.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LG라고 실패하고 싶었겠는가. 수 많은 임직원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다. 여러 분석들이 나오지만 결국 '운'이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시기에, 맞지 않는 제품을 내놨다.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시장은 어렵다. 소니도, 에릭슨도, 모토롤라도 실패했다. 글로벌 휴대폰 1위 노키아는 이제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한국 경제를 되돌아 보면 변신에 제대로 성공한 기업들이 몇 안된다. 운 좋게 한가지 사업에 성공하면 수십년간 비슷한 일을 키웠다. 본업을 바꾼 대변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던 걸 계속 하는 게 쉽다. 아파트를 짓다가 도로를 지을 순 있어도 반도체를 만들긴 어렵다. 섬유를 만들어 옷을 만들 순 있지만 게임을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이다. 인수합병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사업의 성격을 바꿔 변신한 사례는 많지 않다.
LG는 스마트폰을 버리고 자동차전장 부품 사업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시장은 이미 기대감이 높다. 주가는 상승세고 신용등급전망도 긍정적이다.
2019년 더벨이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LG는 국민 기업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94% 넘는 응답자가 LG의 이미지가 좋다고 응답했다. 다만 만년 2위인 이유에 대해선 "사업 실행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LG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조금은 서툴러도 네티즌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줬다. 약간은 아쉬워도 LG여서 마음이 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알아서 홍보가 안되더라도 내실을 찾는 '실행력'과 '야수성'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장 사업도 스마트폰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착한 기업과 좋은 기업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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