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반도체 회사는 어디일까. 예상외로 삼성전자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효시인 인텔도 아니다. 대만 TSMC다.TSMC 주식은 대만과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9일 뉴욕 종가 기준 104.42달러, 대만 10일 종가 기준 512.00TWD다. 시가총액은 4759억 달러(13조TWD), 한화로 517조원이다. 삼성전자의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38조원 수준이다. 참고로 인텔은 2051억달러(222조원)다.
TSMC는 주문형 반도체 제조사, 파운드리 회사다. 예컨대 퀄컴이나 애플이 통신칩을 개발하면 칩 제조를 TSMC에 맡긴다. 남의 설계도를 가져다 주문 생산을 해주는 회사일 뿐인데 몸 값은 세계 최고다.
11월 들어 TSMC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 전문가들은 예상 가능한 설명을 한다.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등 중국 회사로 반도체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끝이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 들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특히 5G 투자와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퀄컴과 TSMC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TSMC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가 훨씬 앞선다. TSMC의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2948억TWD(한화 약 49조8498억원), 영업이익은 5345억TWD(20조5782억원) 수준이다. 2019년엔 1조699억TWD(41조1911억원), 영업이익 3733억TWD(14조372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175조2555억원, 영업이익 26조946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엔 매출 230조원에 영업이익 27조768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매출은 훨씬 많고 이익도 꽤 많다.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부를 함께 영위하고 있다. 이들 사업부는 변동성을 줄여 주기도 하지만 이익률 면에선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이익률은 20% 내외이지만 TSMC의 이익률은 50%를 오간다.
기술력은 TSMC가 반걸음 앞서 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파운드리 부문은 얘기가 다르다. TSMC는 지난 6월 3나노 공정 도입에 나섰다. 앞선 4월엔 5나노 공정으로 애플칩의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보다 반년 정도 앞선 행보다.
삼성의 몸값을 깎아 내리는 또 다른 요인은 외부환경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 고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쓰러진 뒤 삼성 경영권을 승계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법원 출석에만 80번을 오갈 만큼 경영에 집중하지 못했다.
삼성을 겨냥한 각종 규제법안과 정부 입김은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흔들고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를 만들어야 했고 준법감시위원회란 이름의 감시 조직도 둬야 했다. 공정경제 3법이라 불리는 규제 법안들도 삼성을 옭아맬 것이다.
삼성은 한국에서 1등 기업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파운드리 시장에선 '추격자'일 뿐이다. 중국의 추격에, 일본의 견제를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다. 자칫 삐끗하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
삼성은 아직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 메모리반도체에서, TV 시장에서 앞서 있다고 자만할 것도 아니다.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LCD 패널처럼 중국에 시장을 다 빼앗길 수 있다. 경쟁력을 더 키우고 좀 더 탄탄한 지배구조도 확보해야 한다. 영속적인 경영 승계 시스템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은 항상 위기를 말했다. 삼성 내부를 들여다 본 사람들은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삼성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시선이 자만하고 있는건 아닌지 뒤돌아 볼일이다. 삼성 때리기에 앞서 좀 더 격려해 줄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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