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니터/CSR의 재해석]ESG 관점에서 본 SKT가 야구단을 매각한 이유②매년 200억씩 지원 불구 ESG 평가 반영 안돼…계열사 대비 사회(S) 등급 낮아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27 09:15:5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초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가 이마트로 매각된단 소식은 야구 팬들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충격을 줬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도 아니었고, SK와이번스가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었기 때문이다.SK텔레콤은 적자 사업인 야구단 운영을 위해 매년 최소 수백억원의 자금을 지출했다. 적자 야구단 운영은 홍보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었지만 지역시민 복지 증진과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CSR 활동이었다.
그러나 스포츠단 운영이 ESG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로'에 가깝다.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야구단 운영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을 지원했지만 ESG 등급 가운데 사회(S)부문 등급은 프로구단을 운영하지 않는 계열사보다 더 낮았다. ESG경영 평가 측면에서 보면 SK텔레콤의 야구단은 매각 효용성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창단 후 적자에도 꾸준히 지원...프로스포츠, 대표적 CSR 활동
국내 기업들에게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대표적인 CSR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나마 인기스포츠라고 하는 야구의 경우 대부분 구단은 적자 상태다. 모기업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영속이 힘들다.
SK와이번스는 이마트에 매각되기 전인 지난해 영업손실 9억원, 당기순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도 적자였다. 영업손실 6억원, 당기순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상당부분은 모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입장료수입이나 임대수입, 대관수입 등은 부차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432억원 가운데 광고수입이 312억원을 차지했다. 광고 수입은 사실상 그룹 지원금이나 마찬가지다.
광고수입 312억원 가운데 209억원이 SK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모기업인 SK텔레콤으로부터 받은 광고수입이 193억원에 달했고, 나머지는 SK㈜, SK가스, SK매직 등이었다.
SK와이번스는 2000년 창단됐다. 모기업의 현금곳간이 아무리 풍족하다고 해도 일반 기업이었다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적자를 내는 자회사에 매년 수백억원씩 지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SK그룹 차원에서 SK와이번스는 '돈을 벌 수 있는' 자회사가 아니라 무형의 광고 효과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이었다.
SK와이번스 운영은 연고지인 인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했다. 지역사회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공공이익을 발생시키는 사회공헌이나 CSR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프로스포츠 운영이 CSR 활동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구단 첼시는 2007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Report, CSR보고서)를 발간해 지역사회에서 프로구단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매출 증대와 이윤 창출 등 경제적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주, 종업원, 소비자,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반영해 사회·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000억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가격은 1352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야구 연습장 등 토지와 건물 금액이 352억8000만원이고 주식양수도 금액은 1000억원이다.
SK텔레콤은 연간 순이익만 1조원을 넘는 초우량 회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8조6247억원, 영업이익 1조3493억원, 당기순이익 1조5005억원을 기록했다. 그런 회사가 자금이 필요해 야구단을 매각 했을 리는 없다.
현금 유동성이 차고 넘치는 회사가 CSR 차원에서 지원하는 연간 광고비 약 200억원이 아까웠을 리도 없다. 무엇보다 그간 20년 간 물심양면 SK와이번스를 지원해왔다.
◇프로스포츠단 운영안하는 계열사보다 S등급 열위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의 매각 배경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관련업계는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의 일환으로 SK와이번스 매각을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만 내놓았다.
ESG경영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지난해 SK텔레콤의 ESG 가운데 사회(S) 항목 등급은 'A‘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환경(E)부문에서는' A+'를 받았고, 지배구조(G)부문에서는 'A'를 받았다. 통합 ESG 등급은 'A'였다.
'A' 등급도 높은 축에 속하지만 SK그룹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간 낮은 편이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2020년 KCGS ESG 평가 사회(S) 부문에서 'A+'를 받은 곳은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가스, SKC, SK 등 모두 5개다.
KCGS는 사회(S)부문을 크게 △협력사 및 경쟁사 △근로자 △소비자 △지역사회 등으로 나눠서 평가한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지역사회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었다.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은 지역사회와 연관성이 깊다.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계열사는 SK텔레콤이 유일했다. 매년 2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외려 프로구단을 운영하지 않는 계열사보다 지역사회 항목 점수도 낮고 사회(S)부문 등급도 더 낮았다. 들이는 비용 대비 ESG 평가 효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ESG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단 운영은 효과적이지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관계자는 "100%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단 운영은 ESG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영위하는 비즈니스모델과 연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에만 ESG 평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먼저 ESG를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고, 매년 계열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이를 발표하고 있다. 내부 평가도 중요하지만 외부 ESG 평가기관에서 받는 성적표도 무시할 순 없다.
ESG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프로 스포츠단을 운영하며 매년 몇 백억원씩 자금을 지원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ESG경영을 천명했는데 야구단 운영은 ESG 평가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서 “SK텔레콤이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프로 야구단 운영이 아니라 소외받는 종목에 대한 투자 등 다른 방식으로 ESG 평가 등급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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