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분석]글로벌 톱 지배구조 강조한 SK㈜, 현주소는⑤대표이사 해임권 가진 인사委, 투자 심의하는 ESG委 출범 '눈길'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28 10:46:42
[편집자주]
1999년 지주회사 설립과 전환이 허용된 후 지주회사 체제는 재계의 '표준'이 됐다. 제도 시행 후 20여 년이 흐르며 각 그룹의 지주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룹의 얼굴인 지주사의 현주소를 더벨이 취재했다. 각 그룹에서 지주사가 차지하는 의미와 지주사의 현금 창출구를 비롯해, 경영 전략, 맨파워,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저에 대한 평가는 이사회가 하게 됩니다. 당연히 최고경영자(CEO) 선임도 이사회가 할 것입니다. 잠재적인 CEO 후보군을 관리하는 역할도 이사회가 하게 될 것입니다. 철저히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을 실현할 것입니다."장동현 SK㈜ 사장(사진)이 최근 SK그룹 공식 유튜브를 통해 SK㈜의 향후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계 ESG 경영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SK그룹의 지주사답게 ESG중 'G(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글로벌 톱'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이사회는 그룹을 대표하는 이사회다. 그룹 전체의 경영 방향성을 설정하고 주요 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상위에 위치한 회사가 바로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들도 계열사 이사회에는 없지만 지주사 이사회에는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LG그룹의 구광모 회장도 ㈜LG의 등기이사이고,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도 롯데지주의 등기이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의 대표이사이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SK㈜가 다짐한 '철저한 이사회 경영'과 대비되는 말로 '1인, 혹은 소수 집단의 제왕적 경영'을 꼽는다. 다시 말해 높은 수준의 이사회 경영은 사내 특정 인물이 주요 경영사안을 좌지우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 독립성이 잘 보장됐는지 여부 등은 항상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여성 경영인 사외이사 선임, 다양성·전문성 제고
SK㈜는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사장, 박성하 사장 등 4인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역시 SK㈜ 임원진에 속해있지만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올해 10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이 풀린다.
사외이사는 총 5인이다. 지난 6년간 SK㈜의 사외이사진에 속해 있던 하금열 사외이사 대신 올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김선희 사외이사(매일유업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갔다. ESG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장용석 사외이사와 이찬근(경영·재무)·김병호(감사·리스크 관리)·염재호 사외이사(정치·행정)도 여전히 SK㈜의 사외이사진이다. 총 5인이다.
이사회 구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선임된 김선희 사외이사는 여성 경영인으로 그간 SK㈜ 사외이사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인물 유형"이라면서 "이사회내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SK㈜의 지배구조 등급은 A+다.
◇대표이사 해임권 가진 위원회…ESG 강화
SK㈜는 올해부터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더욱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만 있었다. 여기에 올해부터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SK㈜에 따르면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 선임과 사내이사 보수 금액 심의 기능 등을 수행한다.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 인사위원회가 최종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최종 선임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의 임기 중 교체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도 있다. 경영진 견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평가 기관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할 때 이사회 혹은 전문 위원회가 대표이사 등을 포함한 경영진을 해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본다.
실제 해외의 경우 이사회에 의한 대표이사를 해임 사례가 빈번하다. 일례로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CEO 도브 차니(Dov Charney)와 캐나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CEO였던 칩 윌슨(Chip Wilson)은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사회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아 사임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진정한 이사회 경영을 위해서라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들 중 성장이나 주주가치제고를 가로막는 임원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누구든 해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라면서 "장동현 사장을 포함한 전문경영진들은 물론 총수인 최태원 회장도 공정하게 이사회 평가를 받을 때 진정한 의미의 이사회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사항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결정인 지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수행했던 투자 안건 검토도 ESG위원회로 이관됐다. 최근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시그넷EV 지분 55.5%를 2930억원에 인수하는 결정에 있어서도 ESG위원회의 심의가 있었다고 알려진다.
위원회 인적 구성도 중요한 요소다. ESG위원회의 위원장은 장용석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또 주요 투자 사안을 검토하는 위원회이기 때문에 장동현 사장도 위원회에 속해 있다.
인사위원회의 경우 설립은 결정됐지만 아직 개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인적 구성도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 SK㈜ 측 설명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