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조원 기업가치로 단박에 글로벌 라이징 스타로 도약한 쿠팡은 한국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단순히 소비패러다임을 비대면 채널로 옮겨놨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한국 유통기업의 미국시장 상장이라는 축포를 터트리며 후발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보여줬다.조단위 누적적자가 기업가치는 물론 기업의 영속성과도 아무 상관 없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계획된 적자'라는 장난같은 말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쿠팡 따라가지 않겠다'던 유통공룡들마저 그 전철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쿠팡처럼 '미국상장'도 그려볼만 하다고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는 걸 보면 이미 유통시장의 중심은 '쿠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가 회장님들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내수중심'의 유통가 오너들은 사실 그다지 혁신에 목마르지 않았다. '내수'라는 확실한 거래처가 뒷받침 되고 있는만큼 시장지배력만으로도 안정적 성장이 보장됐다. 신격호·이명희·이재현 등 '은둔의 경영자'가 유독 많은 점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가 회장님은 물론 주요 경영진이 분주하게 30~40대 젊은 벤처기업가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연예인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만 봐도 그렇다. SG다인힐 등 소규모 프랜차이즈 및 유명식당 대표 혹은 쉐프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물론 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롯데그룹 유통사업 및 롯데쇼핑을 책임지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은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CEO들을 적극 만나면서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나 백발이 성성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도 이커머스 및 벤처기업 CEO 사이에서 꽤 깨어있는 '오너'로 회자된다.
때로 직접 리크루트에 나서는가 하면 딜을 제의하기도 한다. 쿠팡을 기점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이커머스, 패션테크 혹은 더 작은 벤처기업들까지 주목받자 회장님들이 먼저 이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나섰다.
핫한 시장의 경영진들이 워낙 젊은데도 회장님들은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권위의식이나 비밀주의를 과감하게 내려놨다. 쿠팡 김범석 의장을 '내편'으로 만들 수 없다면 그와 경쟁할 만한 이들을 적극 수용하며 트렌드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회장님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재를 뺏고 빼앗기는 것은 물론 활발한 M&A도 예상된다.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과 전략들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 유통업계의 변화에 흥미로운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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