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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지각변동]KB가 쏘아올린 '최저 수수료'...점유율 경쟁 본격화'치킨게임' 각오 최저수수료 선언…이현승 대표 주도 KB, '빅3' 진입

허인혜 기자공개 2021-05-03 13:06:21

[편집자주]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플레이어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은 물론이고 '업계 최저' 타이틀을 건 보수율 인하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액티브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발주자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더벨은 ETF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발생하는 현안과 각 운용사들의 대응전략 등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이 2월 자산운용업계 최저수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인하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KB자산운용이 쏘아올린 공은 ETF 업계 '빅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냈다.

ETF 점유율도 급성장했다. 투자자의 상품선택 기준이 ETF 브랜드보다 수수료에 맞춰져 있다고 보고 사실상 무료 수준의 수수료를 걸고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1분기만에 점유율을 1.7% 끌어올렸다.

ETF 성장에 힘입은 KB자산운용의 사세확장도 눈에 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가 ETF&AI본부를 신설하자마자 '자산운용사 순자산규모 3위'라는 굵직한 성과를 냈다. 9년만에 자산운용업계 '빅3' 판도가 바뀐 셈이다.

◇'최저수수료' 경쟁 '본격화', 순위 경쟁 점화

최근 ETF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수수료다. 업계 '빅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일부의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나란히 그린뉴딜 ETF의 집합투자업자 보수를 크게 낮췄다. 삼성자산운용보다 늦게 운용보수를 축소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판매사 보수까지 줄이며 승부수를 띄웠다.

ETF 수수료 경쟁에 불을 지핀 곳은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은 2월 ETF 3종의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낮췄다. 사실상 무료 수준의 파격적 인하였다. 코스피200 지수추종형 'KBSTAR200 ETF'의 총보수를 0.045%에서 0.017%로 대폭 조정했다. 'KBSTAR200 토털리턴 ETF'의 수수료는 이보다 더 낮은 0.012%, KBSTAR미국나스닥100 ETF의 수수료는 0.021%로 줄었다. 총 보수율에서 KB운용이 가져가는 운용보수는 0.001%다.


'사실상'이 아닌 실제 제로 수수료를 추진하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의 ETF 담당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제로 수수료 건을 문의했다는 전언이다. 금융당국이 운용보수를 아예 없애면 선관주의의 의무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주면서 사실상의 제로 수수료로 매듭을 지었다.

수수료 인하는 투자자들의 트렌드를 감지하며 이뤄졌다.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운용실장은 "시장의 변화를 계속 추적하다보니 리테일 판매동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과거에는 수수료가 더 낮은 ETF 상품이 있더라도 유명한 브랜드를 따라가는 양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브랜드보다 수수료가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KB스타 나스닥100 ETF'가 좋은 예다. 기초지수 ETF는 이미 코덱스(KODEX)와 타이거(TIGER)가 독식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KB자산운용 스스로 기초지수 상품을 출시하는 의미가 있을지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시장 반응은 달랐다. 보수율을 낮추자 출시 5개월만에 개인투자자 자금 400억원을 포함해 600억원이 몰렸다.

KB자산운용은 최저수수료 경쟁이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 ETF 시장의 특성상 점유율 확대 방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수수료 인하 배경 중 하나다.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방향의 선의의 경쟁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수료 경쟁→9년만의 순위 변동..KB, '빅3' 진입

수수료 경쟁은 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만년 1위 코덱스의 점유율이 꺾였다. 수혜는 KB자산운용이 봤다. 2020년 말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조3769억원으로 나타났다. 4월 말 현재 순자산총액은 4조8346억원으로 불었다. 시장 점유율은 6.5%에서 8.2%로 1.7% 상승했다. 이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KB자산운용으로 ETF 투자금이 몰리며 전체 자산운용업계 판도도 변화했다. 9년 만에 3위였던 한화자산운용을 밀어내고 '빅3'에 안착했다. KB자산운용의 최근일(4월 27일) 기준 운용자산(AUM)은 108조7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순자산총액은 60조7673억원이다. 한 해 만에 50조원에 가까운 순증을 이룬 셈이다.

이현승 대표(사진)가 ETF 경쟁력 강화를 주도했다. 이현승 대표는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주목했다. 4월 말을 기준으로 58조6139억원의 자금이 ETF에 몰렸다. 지난해 4월 말에는 45조9908억원이 운용됐다. 한 해 만에 27.44% 증가세다. 연금 시장과 기관투자자의 관심도 크게 증폭됐다.

이현승 대표는 조직개편으로 ETF 집중도를 높였다. 연초 ETF&AI본부를 신설했다. ETF부문은 하나의 본부와 두 개의 실, 여섯 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ETF&AI본부 산하에 ETF운용실과 ETF전략실이 구축돼 있다. ETF운용실에는 1팀과 2팀이, ETF전략팀에는 상품팀과 컨설팅팀, 기관영업팀 등이 있다.별도의 팀인 솔루션팀을 합하면 여섯 개의 팀이 운영 중이다.

ETF운용을 총괄하는 차동호 실장의 지휘 아래 여섯 명의 매니저와 한 명의 트레이더가 ETF운용을 책임진다. KB자산운용은 2008년 '5대그룹주' ETF를 시작으로 77개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점유율 30% 노린다…"ETF 신규시장 선점 목표"

올해 목표는 점유율 두자릿수 진입이다. 차동호 실장은 "현재 KB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이 8.2% 수준인데 연말까지 두자릿수는 노력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장기적인 목표는 점유율 30%다. 3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야 ETF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또 다른 ETF 전략은 신규상품 선점이다. 코덱스와 타이거가 점유한 기존의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아예 새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쪽을 지향한다. 향후 2~3년간 새로운 상품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ETF운용실은 최근 다수의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리츠와 글로벌 수소경제 공모펀드를 출시했고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준비 중이다. ETF운용실로서는 드문 행보다.

시장선점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공모펀드가 ETF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준비 시간이 짧다는 점을 활용했다. 공모펀드로 먼저 출시한 뒤 ETF를 상장시키면 기관투자자들의 헤지 수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차 실장은 "그동안은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가 새로 만든 ETF를 가져다 쓰는 전략을 국내 ETF 시장이 써 왔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외산 ETF만으로는 승부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아예 시장의 니즈를 발굴하고 펀드·ETF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규상품은 투자자들의 조언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관투자자나 판매사 담당자는 물론 개인투자자 설명회에서 들었던 의견도 실현 가능성을 따져본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수수료 인하나 상품 확대 외에도 플랫폼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차동호 실장은 말했다. 차 실장은 "카카오나 토스 등 IT와 금융플랫폼이 결합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예컨대 해당 플랫폼에서 매매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ETF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의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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