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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늘어난 감독목적충당금 '부동산대출 영향' 예상손실 증가, 실현손실 감축 등 변수 작용

손현지 기자공개 2021-05-20 07:41:13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감독목적 충당금(예상손실)이 회계목적 충당금(실현손실)을 크게 상회하는 은행이다. 신회계기준(IFRS9) 도입 이후 감독목적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해온 다른 은행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우량 차주 위주로 여신 포트폴리오가 조정되면서 회계목적 충당금 산정에 반영되는 부도율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여신에 대한 IFRS충당금(회계목적)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큰 점도 편차를 키운 배경이다.

하나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0년 경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실현손실과 예상손실은 각각 1조1428억원, 1조5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상손실과 실현손실의 편차가 3756억원에 달한다. 특히 기업 부문 대출의 예상손실이나 실현손실의 차이가 2489억원으로 가장 큰 편차를 보인다.

실현손실이란 '회계' 목적 충당금을 의미한다. IFRS 등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산출하는 금액이다. 이와 달리 예상손실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기준에 따라 계산된 것으로 '감독' 목적 충당금에 반영된다. 실현손실과 예상손실의 차액은 자본조정 항목인 대손준비금에 반영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하나은행은 줄곧 예상손실이 실현손실을 크게 상회해 왔다는 점이다. 다른 은행들과는 정반대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경우 실현손실이 예상손실을 웃돈다. 코로나19 등과 맞물려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회계목적 충당금 적립 잣대인 실현손실을 보다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실현손실은 자산이 늘어나면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실적관리를 위해 실현손실을 과소 추정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실현손실은 회계목적 충당금인 만큼 손익에 영향을 미친다"며 "실현손실 부담을 줄여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조정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알고보면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하나은행의 부도율(PD)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이 주요 원인이다. 통상적으로 회계목적 충당금 적립을 위해 경기악화 시나리오를 짤 때 부도율을 고려하고 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익스포저를 고신용등급 위주로 관리해왔고 그 여파로 부도율이 크게 줄어 실현손실이 낮게 관리될 수 있었다.

하나은행의 지속적인 전성 지표 개선 노력도 한 몫했다. 황효상 하나은행 부행장(CRO)이 취임한 이후 세밀한 리스크관리 체계를 고수해왔다. 예컨대 감리부, 신용리스크관리부, 종합리스크, 심사부 등 여러 부서로 업무를 분산시켜 놓았으며 이들을 유기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다. 덕분에 우량 차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바뀌었고 건전성 지표도 개선되면서 쌓아할 충당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현 차주들의 연체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타 사 대비 실현손실이 낮게 설정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신 포트폴리오 구성상 '예상손실'이 실현손실 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타사 대비 담보대출 비중이 큰 편인데 그 중에서도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크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실현손실 산정기준에선 충당금을 안 쌓지만 예상손실에서는 충당금을 새로 적립해야 한다. 결국 부동산 담보가 많은 곳들은 예상손실이 더 크게 산출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예상손실의 경우 요주의 여신 등에 대한 충당금을 쌓을 때 개인평가가 아닌 집합평가를 적용한다. 바젤 기준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부도율(PD)과 부도시손실률(LGD) 값을 적용한다.

이는 부도 가능성이 높은 대출채권을 집합평가에서 떼어내 개별평가방법으로 충당금을 산출실현손실과는 차이가 있다. 실현손실의 경우 은행별로 과거 경험 부도데이터를 기반으로 PD와 LGD를 산출해 충당금을 산정하고 있다. 즉 하나은행은 개별평가에 적용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기업차주를 축소한 셈이다.

하나은행은 이러한 실현손실과 예상손실의 차액을 대손준비금으로 반영하고 있다. 대손준비금은 손익과 연관이 없는 자본조정 항목이다. 때문에 충당금을 덜 쌓았다기 보다는 대손준비금 적립을 통해 순이익과 BIS자본비율을 지키면서 감독목적상 손실흡수 능력을 높인 것으로 볼 수 도 있다. 즉 회계 기준상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일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예상손실 만큼의 충당금이 비축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금융당국의 감독기조도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RC(Risk Component)값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예상손실을 쌓는 것을 권고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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