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잃은’ 레버리지 ETF 신탁 ‘고사 위기’ 고난도금융상품 분류, 2영업일 숙려 적용…매수 타이밍 잡기 어려워 상품 경쟁력 저하
이효범 기자공개 2021-06-07 07:59:04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에서 주로 판매된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신탁이 명맥을 잃을 처지다. 고난도금융상품으로 분류되면서 가입한 이후 이틀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ETF 매수가 이뤄지지 않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신탁이 고난도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은행들이 신규 계약을 사실상 중단했다. 고난도금융상품은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 투자일임, 금전신탁계약을 의미한다.
레버리지ETF는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하는 ETF다. 레버리지ETF신탁은 위탁자(고객)와 수탁자(은행)간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레버리지ETF를 매수하는 신탁계약이다. ETF 주가하락에 따라 투자자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수익자에게 실적배당을 실시하는 신탁계약이다. 고객이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목적 등을 고려해 신탁재산의 운용을 수탁자인 은행에게 지시하고, 은행은 위탁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신탁재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ETF는 상장 주식과 같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 고객들 사이에서는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레버리지ETF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증권사보다 은행과의 거래를 더 선호하는 고객들이 주요 투자자다.
직접투자와 달리 고객과 은행간에 정해둔 신탁계약에 따라 간접적으로 매매가 실행된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일정한 수익이 발생하면 신탁상품이 자동해지되는 자동해지특약이 활용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레버리지ETF신탁 규모가 집계되지는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권을 통해 이 상품에 1조~2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신규로 판매된 레버리지, 인버스 ETF 신탁 상품 규모가 4조원을 상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통상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상승에 베팅할 때 이 상품을 활용한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 상승 폭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할 경우 손실 폭은 더욱 커진다. 리스크가 큰 만큼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최대한 낮은 가격에 ETF를 매수를 해야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만큼, 투자 타이밍에 의해 성과가 좌우되는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버리지ETF신탁이 고난도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고난도금융상품 투자자는 가입시 청약 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 받는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자금을 납입한 이후 2영업일이 지난 이후 레버리지 ETF 매수가 이뤄진다. 결국 원하는 타이밍에 투자를 하려면 증권사를 통해 직접투자를 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난도금융상품 규제에 따라 은행 자산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켓 타이밍에 맞춰 은행을 통해 레버리지ETF신탁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있는데 고난도금융상품 규제로 이같은 투자수단이 사라질 위기"라며 "이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없애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감독당국도 그동안 레버리지ETF신탁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왔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은 고위험 ETF 은행신탁상품에 대한 투자 관련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국내외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등의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또 일각에서는 레버리지ETF신탁이 고난도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게 맞느냐는 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레버리지ETF신탁이 고난도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기초자산 겪인 레버리지ETF는 고난도금융상품에 속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투자 권유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고난도금융상품 규제가 나온 배경은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로 판매과정에서 약정수익률을 제시한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채 파생을 활용하는 상품 대부분을 고난도금융상품으로 묶는 게 금융산업을 후퇴시키는 일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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