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코로나19 명암]'가파른 성장' 페퍼저축은행, 코로나19 반사이익 효과③늘어난 수요에 개인대출 급증, 주식시장 호황 덕 증권 수익 '쑥'
류정현 기자공개 2021-06-14 07:40:28
[편집자주]
저축은행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유동성과 대출수요 흐름에 올라탄 곳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켜 저축은행 업계를 양극으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연히 달라진 저축은행의 상황을 각 하우스별로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시장 전반에 급증한 대출 수요를 그대로 흡수했다. 특히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개인 차주 비중을 대폭 늘렸다.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포트폴리오 균형화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었다.유가증권 역시 크게 늘렸다. 대출채권에 비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가 다른 자산에 비해 높았다. 페퍼저축은행의 성장에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진 개인대출 증가와 증권시장 활황이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연속 자산 성장 30%, 지난해 키워드는 '개인 대출'
최근 3년간 페퍼저축은행은 가파른 속도로 몸집을 늘리고 있다. 성장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2018년부터 매년 직전연도 동기 대비 30~40% 사이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2017년 1조원 후반대였던 자산이 어느새 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결산 기준 자산총계는 4조3198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3조3170억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약 30% 증가한 모습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덩치를 불리는 데 가장 기여한 항목은 단연 대출채권이다. 페퍼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4년 동안 80% 이래로 낮아진 적이 없다. 대출채권 성장률도 최근 3년 동안 30% 안팎의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대출채권 총액은 3조6478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2조7266억원이었을 때보다 약 33.79% 증가했다.
페퍼저축은행의 대출채권 구성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개인대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대형 저축은행들이 대체로 개인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을 조절하며 대출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꾸준히 상승하던 개인대출 비중은 지난해 결국 60%를 넘어섰다. 2020년 말 기준으로 페퍼저축은행의 가계자금대출 총액은 2조2832억원으로 전체 대출금 가운데 비중은 약 61.08%다. 2019년 같은 기간 58.29%보다 약 2.79%p 늘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페퍼저축은행의 가계자금대출은 전체 대출금 가운데 50%를 넘지 못했다. 당시 12월 말 기준 가계자금대출 총액은 약 7621억원으로 그 비중은 약 49.5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합친 기업자금대출총액은 7756억원으로 절반을 약간 넘는 규모였다.
차주 구성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자칫 신용집중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은 현재의 대출 포트폴리오 구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전체 대출자산에 대비한 개인대출 비중 목표를 50~60% 정도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대출 비중) 50~60% 정도는 원래 맞추고 있는 비율”이라며 “당초에는 50% 수준에 맞추려고 했는데 지난해 영업을 확장하다 보니 조금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가증권 800억원 목전, 증권시장 호황에 합류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구성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2019년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던 유가증권 자산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자산은 최근 4년 동안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자산 총계는 789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약 429억원 정도를 보유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약 83.75% 늘었다.
페퍼저축은행은 대부분의 유가증권 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매도가능증권은 통상 1년 이내 매각할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이 아닌 경우 매도가능증권으로 처리한다.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수익증권이다. 수익증권이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일부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수익증권 총액은 347억원으로 전체 매도가능증권(624억원) 가운데 약 56%를 차지한다. 2019년 같은 기간 93억원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약 3배 넘게 증가한 모습이다.
이처럼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개인대출과 유가증권 볼륨 성장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많은 부분 흡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긴급한 자금 수요가 많았다. 아울러 ‘빚투’, ‘동학개미운동’ 열풍으로 증권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맞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자산을 대폭 늘린 양상이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당분간 유가증권의 절대적인 규모는 꾸준히 늘린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이자수익만으로 수익원을 구성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영업자산을 취급해 수익저변을 넓힐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수익 다각화를 하려다 보니 유가증권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며 “(유가증권 자산의) 규모는 늘어날 것 같지만 그 비율은 비슷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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