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공백 때마다 경영·투자 '출렁'②1997년·2009년 두차례 사면, 복귀 후 EBITDA·CAPEX 대폭 증가
원충희 기자공개 2021-06-15 08:09:37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논란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그간 사면 조치를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의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고 이건회 회장은 두 차례 사면을 받았다. 그가 자유의 몸이 돼 경영에 복귀한 전후로 삼성전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과 자본적지출(CAPEX)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다. 오너기업에서 총수의 공백에 따른 경영실적 및 투자규모의 온도차는 확실히 있었다.고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사령탑 전면에 나섰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시기는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로 검찰에 불려갈 때부터였다. 이듬해인 1996년 8월 유죄가 인정돼 서울지법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고 이 회장은 항소하지 않아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비록 집행유예라 구속된 것은 아니지만 경영행보가 위축될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이 회장은 1년 후인 1997년 10월 개천절 특사를 통해 사면 복권이 됐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딱 두 달 전이었다.
그 기간 EBITDA로 본 삼성전자 경영실적에는 변화가 두드러졌다. EBITDA는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1995년 삼성전자의 EBITDA는 6조4733억원 규모였는데 재판에 휘말리고 사법처분을 받은 1996~1997년에는 각각 4조1274억원, 4조6451억원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 회장이 사면을 받은 뒤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앉은 1998년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그 해 EBITDA 5조9131억원, 1999년에 8조4749억원, 2000년에는 12조원을 돌파했다. 출시 9개월 동안 200만대나 팔리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박 폰 중 하나로 꼽힌 SGH-600이 나온 시기도 1998년 10월이다. 애니콜 화형식(1995년 3월)이 치러진지 3년여만의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변화에 외환위기 영향이 있겠지만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직접 챙기면서 생긴 변화란 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성공요소를 중요도 순으로 좁혀 가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최고경영자로 귀착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에게 사법리스크가 다시 온 시점은 2008년이다. 경영권 승계에 활용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배임), 조세포탈 등 3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 직후인 그 해 4월 이 회장은 퇴진과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 해체,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이 포함된 쇄신안을 내놓고 물러났다.
2009년 12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사면 받은 이 회장은 3개월 뒤인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판도가 뒤집혔던 시기다. 2008년 4분기 7400억원의 적자가 난데다 2009년 말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휴대폰 시장은 지각변동을 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긴장감을 불어넣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했으나 삼성전자 내부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삼성 전직 관계자는 "이 회장 퇴진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가 해체되고 사장단협의회가 신설됐지만 회사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재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했다"며 "5위도 안 됐던 삼성의 휴대폰 시장순위가 이 회장 복귀 2년 만에 글로벌 1위로 재탄생된 것만 봐도 오너의 역할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CAPEX는 이 회장이 퇴진할 때인 2008년 14조3024억원에서 2009년 8조5254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그러다 이 회장이 복귀한 2010년에는 22조8791억원으로 대폭 늘더니 2016년까지 20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런 과감한 투자결정은 오너가 제자리에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도 실형 등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절치부심하는 시기를 거친다"며 "그 때 회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인식전환을 하면서 새로운 포부를 다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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