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지속가능연계채권 정조준…리포트 낸다 조병준 팀장 주도 ESG팀 전담, 규제 미비에 당국과 협의 과제
이지혜 기자공개 2021-06-17 11:00:48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6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팀을 꾸리고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을 정조준한다. 빠르면 이달 말 스페셜리포트 등을 내고 관련 상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평가를 신용평가사 중 가장 먼저 시도한 데 이어 새로운 금융상품을 들여오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한국신용평가에게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은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인증평가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 당국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리포트로 시장에 상품 소개 우선
한국신용평가가 이르면 6월 말 스페셜리포트 등을 내고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SRI채권 인증평가는 방법론을 통해 시장에 알렸다. 그러나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은 아직 국내에서 낯선 개념이기에 스페셜리포트를 먼저 발표한 뒤 시장에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리포트는 조병준 팀장이 이끄는 ESG팀에서 전담해 작성한다. ESG팀은 한국신용평가 PF평가본부 내에 5월 중순 설립됐다. PF평가본부는 현재 한국신용평가에서 SRI채권 인증평가사업을 주도하는 김형수 상무가 본부장을 맡고 있다.
SRI채권과 비교할 때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의 특징은 뚜렷이 드러난다. SRI채권은 친환경 혹은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적격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 프로젝트에만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반면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은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도 된다. 대신 ESG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수치화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해야만 금리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으로 대출과 채권이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지속가능연계대출(SLL, Sustainability-linked loan),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s)은 해외에서도 비교적 최근 도입돼 올 들어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금융상품”이라며 “국내에서 아직 낯선 개념인 만큼 SRI채권과 비교해 특징을 설명하고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대출의 대표적 국내 사례로 SK텔레콤을 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싱가포르 최대은행인 DBS그룹에서 3년 만기로 2000억원을 대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높일지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뒤 이를 달성하면 대출 금리를 추가 인하받는 구조다.
다만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간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이 발행된 적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증평가 영역 확대기회
한국신용평가에게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은 고객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 SRI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도 지속가능연계대출이나 채권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SRI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원자재나 소비재 기업들이 지속가능연계 금융상품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외부 인증기관의 역할이 만기까지 강조된다. 기업이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한 이후 투자자와 약속한 기간에 해당 목표를 달성했는지, 기업이 제시한 자료가 적정한지 등을 외부기관에서 반드시 인증받아야 한다.
이는 한국신용평가에게 이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SRI채권은 한 번 인증평가를 받으면 관리체계나 프로젝트가 바뀌지 않는 한 채권을 추가발행해도 인증평가를 또 받을 필요가 없다. 자금이 소진되면 외부 인증기관이 개입할 여지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규제의 벽은 넘어서야 할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경부나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은 지속가능연계채권을 SRI채권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 인증기관이 어디까지 기업을 감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부당국과 의견이 갈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속가능연계채권의 해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SRI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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