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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인증 주도권 다툼 본격화, 안진·한신평 '두각' [Market Watch]2020년 안진 독무대, 2021년 한신평 부각…플레이어 증가, 경쟁 가열 전망

이지혜 기자공개 2021-01-15 13:11:0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딜로이트안진이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는데 1월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한국중부발전을 시작으로 비금융 민간기업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만큼 기업 분석과 사업분석에 특화했다는 점, 정부 정책에 관여하면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는 점이 발행사의 신뢰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SRI채권 인증사업을 주도하는 김형수 본부장의 승진인사를 내는 등 해당 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딜로이트안진의 경험치와 업력이 두터운 데다 인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등 아성이 공고하다. 또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추가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경쟁에 한층 불이 붙었다.

◇주도권 경쟁 가열, 딜로이트안진 vs 한국신용평가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비금융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SRI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신용평가가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SRI채권 시장에 데뷔하는 발행사는 현대제철과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오일뱅크, SK렌터카, 기아자동차, 신용보증기금 등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한국신용평가에 SRI채권 사전검증을 발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보증기금과 현대제철은 최근 증권신고서를 공시하며 한국신용평가의 인증보고서를 첨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SK렌터카도 1월 안에 인증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는 2월 중순 이후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인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2020년 SRI채권 사전검증·인증 시장은 사실상 딜로이트안진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SRI채권 발행사 23곳 가운데 13곳이 딜로이트안진에서 SRI채권 사전검증을 받았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딜로이트안진에서 SRI채권 관리체계 사전검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후보고 인증도 받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핵심 인력이 SRI채권 인증업무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 가장 많은 포트폴리오를 쌓았다”며 “꼭 필요한 서류만 받아 효율적으로 인증업무를 수행하기에 시행착오가 적고 주관사는 물론 발행사의 재무인력과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옥수 리스크자문본부 이사는 딜로이트안진에 오기 전부터 SRI채권 사전검증과 인증업무를 맡아 수행해왔다. 회계사로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금융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회계사는 이 이사가 유일하다. SRI채권 시장의 시작과 발전을 함께해온 만큼 절반 이상의 SRI채권이 이 이사의 손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같은 기간 한국신용평가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0년 2월 사업개시를 알리고 6월 평가방법론을 발표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첫 수주는 10월에야 이뤄졌다. 한국중부발전의 지속가능채권을 인증해 최고등급인 STB1을 부여했다. 첫 발을 내딛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내 가속도가 붙었다.

그해 11월 롯데카드의 사회적채권 인증도 수주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한국중부발전의 인증보고서와 인증등급을 본 뒤 발행사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자금사용목적과 발행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발행사와 주관사가 투자자 신뢰 제고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세그먼트, 증권신고서, 언론보도 등
◇한신평, 주관사·정부 접촉 확대

한국신용평가가 올 들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한 데는 공모채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적극 접촉한 영향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KB증권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 SRI채권과 관련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증권사와 관계를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김형수 PF평가 본부장(상무)은 KB증권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ESG포럼’에 연사로 참여했다. 이 포럼은 기관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SRI채권의 활성화 방안을 논하는 자리다. 김 본부장은 'ESG 인증과 ESG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정부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지목된다. 환경부는 2020년 12월 30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냈다. 한국신용평가의 김형수 본부장과 김병진 센터장은 각각 실무작업반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SRI채권 인증기관 중에서 실무작업과 자문을 동시에 진행한 곳은 한국신용평가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또 지난해 6월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한국거래소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발행사가 SRI채권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인증받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인사에서 김형수 본부장을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시켰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한국신용평가에서 SRI채권 인증사업을 지휘해왔다. 모회사이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경영방침 아래 SRI채권 인증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한층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한기평도 가세, 경쟁 ‘불 붙는다’

SRI채권 인증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안진을 필두로 삼정KPMG, 삼일PwC, EY한영 등 국내 빅4 회계법인 외에 신용평가3사가 뛰어들었다. Fn가이드까지 인증 트랙레코드를 보유했거나 인증사업 개시를 발표한 기관이 모두 8곳에 이른다.

그러나 주도권 경쟁은 딜로이트안진과 신용평가사 중심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SRI채권 인증 시장은 사실상 딜로이트안진과 신용평가사들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딜로이트안진은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신용평가사들은 업력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딜로이트안진은 SRI채권 인증 등을 진행하는 ESS(ESG&Sustainability Strategy)팀 인력을 올해 7월 14명에서 현재 20여명으로 확대했다. 특히 SRI채권 인증을 진행하는 핵심인력은 이옥수 이사를 필두로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신용평가처럼 SRI채권 인증의 평가방법론을 제시하며 체계적인 분석력을 강조하고 있다. 신용평가3사 모두 투자평가 관련 조직에서 인력을 공유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은 기존 신용평가사업과 SRI채권 인증사업에서 영업적 시너지와 경쟁력을 낼 수 있는 만큼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당분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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