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지주 예고' SK이노베이션, 제2의 SK㈜ 되나 김준 총괄사장 "배터리 등 자체 사업 분할 검토, 자회사 IPO도 가능"
박기수 기자공개 2021-07-05 09:47:34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1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로 자회사들의 지분 매각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순수 지주회사'로서의 전환 가능성을 밝혔다. 추후 그룹 지주사인 SK㈜처럼 자체 사업없이 자회사 지분 관리와 함께 유망 기업을 인수하고 수익률을 내는 '투자 회사'로의 변신을 예고한 셈이다.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를 열고 중장기 핵심 사업 비전 및 친환경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배터리 사업의 자금조달 방법론에 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순수 지주'로서의 전환 가능성도 함께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기존 사업의 지분 매각과 자산 효율화 및 자회사 지분 매각, 배터리·E&P 사업 분할, 기업공개(IPO)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이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곳은 배터리 사업부 뿐만이 아니었다. 김 총괄사장은 자원개발(E&P) 사업 등 SK이노베이션의 여러 자체사업 역시 분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또 현재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에너지나 SK종합화학 등 자회사들 역시 IPO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가 된다. 김 총괄사장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사업 자회사들 역시 더 독립적으로 경영될 것"이라면서 "각 회사별 파이낸셜 스토리가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 스토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총괄사장은 "지주회사로 전환된 SK이노베이션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개발과 M&A 조직 기능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사업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기능을 '투자 회사'로서 강력하게 끌고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추후 사업부 분할과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이 이뤄지면 SK㈜의 축소판과 같은 회사가 된다. SK㈜는 SK그룹의 지주사지만 타 기업집단 지주사와는 달리 스스로를 '투자전문회사'로 정의한다. 유망한 사업군에 직·간접 투자하면서 엑시트(Exit)를 통해 수익을 내고 경영진 성과에 이를 반영하는 평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주력 계열사로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지분 매각과 IPO 등으로 계열사들의 지분을 일부 현금화했다.
순수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날 김 총괄사장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7% 이상 하락했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주력 사업 분사와 '지주회사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김 총괄사장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업계 우려에 "지주회사가 가지는 디스카운트 폭을 초과하는 밸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