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 많은' SK이노베이션, 배당 축소 가능성은 올해 중간배당 공시 미정...현금화 자산 대부분 2차전지 사업 투자
조은아 기자공개 2021-06-22 10:38:3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사실상 배당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사업에 수조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자회사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익은 점차 줄고 있다. 올해 들어 자회사 상장, 자회사 지분 매각,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자금은 대부분 2차전지 등 그린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SK이노베이션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소재사업 비중이 커지고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변수로 인한 손익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회사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이 결정되면 관련 공시 등을 통해 주주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우선 올해 중간배당 실시 여부가 향후 배당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중간배당과 관련해 공시를 하지 않았다. 중간배당을 처음 시작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배당기준일(6월31일) 2주 전인 14~15일에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 공시’를 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공시를 내지 않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볼 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간배당 실시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사회 결의사항인 만큼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처음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SK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계열사들의 주주친화 정책을 장려할 때였다. 계열사 배당성향을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7456억원, 2018년 7083억원, 2019년 264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17년과 2018년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각각 34.9%, 41.7%다. 2019년엔 실적이 악화되면서 배당금 총액은 축소됐지만 배당성향이 무려 402.4%로 급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중간배당과 결산배당 모두 건너뛰었다.
SK이노베이션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는 배당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할 곳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받아들이고 있는 배당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 Innovation Insurance (Bermuda), Ltd 등 종속기업 5개 외에도 관계기업 3개, 공동기업 1개로부터 매년 배당을 받고 있다. 5개 종속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2019년 1조5110억원, 2020년 1조908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당금 수익 축소가 불가피하다. 우선 지난해 5000억원이나 배당했던 SK루브리컨츠 지분 40%가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7000억원을 배당했던 SK종합화학의 경우 신용평가사가 고배당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낮춰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나마 SK에너지 실적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SK에너지는 2019년 결산배당금 3000억원, 2018년 5200억원, 2017년 1조4000억원을 SK이노베이션에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로 배당을 건너뛰었으나 올해 1분기 순이익 2189억원을 거두며 실적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SK이노베이션이 당장 배당 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올들어 자산 유동화에 잇달아 나서면서 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4월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1000억원을 현금화했고 5월에는 SK아이이테크톨로지 상장을 통해 1조3500억원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SK에너지가 116곳의 주유소 건물, 토지 등을 7638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루 광구 매각도 추진 중이며 자회사 SK종합화학의 지분 일부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2차전지 사업에 주로 투입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합작법인 형태로 연 6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금만 3조원에 이른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양섭 부사장이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재무본부장에 선임됐다. 취임하자마자 투자와 재무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전임 CFO인 이명영 전 부사장이 주주친화 정책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 받았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사장 시절 SK이노베이션은 실적이 악화돼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2019년 배당성향이 400%를 웃돌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실시한 자기주식 취득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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