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잉여현금흐름 변수된 MLCC 투자확대 [캐시플로 모니터]지난해 6000억원대 FCF 달성하며 플러스 전환, 올해 CAPEX 늘릴 예정
김혜란 기자공개 2021-07-26 07:55:09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3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몇 년간 삼성전기의 최대 재무과제는 잉여현금흐름(FCF) 확보였다.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자랑하는 삼성 전자계열사임에도 배당재원이 될 FCF가 마이너스로 유독 취약했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강봉용 경영지원실장(CFO)이 그 해 첫 실적 컨퍼런스콜 자리에서 "FCF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올해 재무관리 성적표 역시 FCF에 달릴 전망이다. 작년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에비타) 증가, 자본적지출(CAPEX) 감소로 FCF가 순유입으로 돌아섰고 무려 6805억원의 잉여현금을 남겼다. 올해는 에비타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CAPEX 규모가 전년보다 늘 것으로 점쳐진다는 게 변수다. FCF 관건은 수익창출력이 CAPEX 증가분을 얼마나 커버해줄 수 있느냐다.
23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삼성전기의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꾸준히 순유입세였다. NCF가 1조원에 조금 못 미친 2019년을 제외하고 지난 3년간 1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에비타가 성장한 덕이었다. 2018년 1조7545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뛰어넘은 뒤 2019년(1조6040억원)과 지난해(1조6703억원)에도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FCF였다. FCF는 NCF에서 CAPEX와 배당금 지급을 차감한 뒤 남은 잉여현금을 말한다. CAPEX 규모가 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9년의 FCF는 마이너스(-)715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에 현금이 새로 들어오기는커녕 70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2011년부터 10년간 FCF가 플러스(+)였던 해는 2012년과 2018년, 그리고 지난해에 불과하다. 강 CFO는 지난해 1분기 컨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시점 조정, 투자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FCF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실적 개선, 투자 속도조절 등을 통해 성과를 냈다.
지난해 순이익이 개선되면서 NCF는 1조5469억원을 기록했으며 FCF는 순유입으로 돌아서 6085억원의 잉여현금을 남겼다. 운전자본 부담이 늘었으나 이익 증가가 이를 상쇄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됐다. 2015년 이후 계속 조 단위를 넘었던 CAPEX도 7832억원에 그쳤다.
지금까지 삼성전기의 FCF 악화는 기판솔루션 사업부가 적자를 내면서 전체 사업부 실적을 갉아먹은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판사업부는 2019년까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서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특히 2019년에 적자가 지속되던 중국 쿤산법인(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의 영업정지를 결정한 게 컸다. 쿤산법인은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생산량의 80%를 맡고 있었는데 가동 중단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시설투자 고정비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아 CAPEX 확대가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
FCF가 중요한 건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재원이기 때문이다. 상장사인 데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FCF 부족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다면 투자유인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하며 FCF의 50%를 배당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햤다. 반면 삼성전기는 FCF의 몇 %를 배당재원으로 쓸지에 대해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배당정책은 투자와 경영 실적, 캐시플로 상황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있으며 배당금 규모는 경영실적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최소 배당성향 10%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지난해엔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해 배당금을 전년 대비 27% 증가한 총 1059억원을 지급할 수 있었다. 올해는 1분기 에비타가 증가하면서 NCF도 덩달아 좋아졌고 FCF도 991억원을 남겼다. 전년 동기(201억원)와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다.
1분기 에비타가 이미 54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로는 2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연말에 FCF가 얼마 정도일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등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CAPEX 규모가 다시 조 단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컨콜에서 "올해는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과 5G(5세대 이동통신), 차량용 전장 등 유망분야 부품수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대비 투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2018년 5733억원을 투자한 중국 톈진 MLCC 신공장이 지난해 준공돼 올 하반기 가동만 앞둬 대규모 투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2019년 수준의 대규모 지출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수익창출력이 CAPEX 증가분을 상쇄할 정도로 좋아지느냐에 따라 올해 FCF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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