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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왕좌' 국민, '뒤쫓는' 신한…하나·우리 '경합'②부산·카뱅 약진, 외국계 몰락…산은 '반짝 1등'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8 07:38:53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이란 공통의 영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경쟁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특히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은행간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은행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영업을 하는 19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곳은 어디일까. 덩치가 큰 대형은행이 대체로 주도하는 양상이지만 때때로 '반전'이 일고 있다.

지난 5년간 영업이익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이 리딩뱅크 지위를 획득했다. 신한은행이 종종 왕좌를 탈환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한두 차례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KDB산업은행이 '반짝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소형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과 대구은행이 그다음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하위권에 위치한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신흥 강자' 카카오뱅크에 밀려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KB, 리딩뱅크 타이틀 최다…산은 조 단위 분기이익 '이변'

더벨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5년에 걸쳐 평균적으로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하우스는 국민은행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이 기간 총 21개 분기 가운데 10번에 걸쳐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했다. 2018년 3분기에 올린 9886억원의 영업이익은 국내은행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4개 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은행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이 리딩뱅크 지위 획득이다. 다만 국민은행이 일시적으로 해외사업 손실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때만 신한은행이 왕좌 자리를 꿰찼다.

전체적으로 지난 5년여간 국내 은행업을 살펴보면 이익 규모 면에서 국민은행이 주도하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오랜 기간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유독 은행업에서는 KB금융그룹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2016년과 2017년 1분기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고 하나은행은 2017년 4분기 한 차례 리딩뱅크에 올랐다.

하나은행이 옛 외환은행과 합병하기 전에는 이익 규모 면에서 우리은행의 한 수 아래였지만 통합 후 지위가 역전된 모양새다. 1등은 우리은행이 한 번 더 차지했지만 하나은행은 21개 분기 중에서 13번을 우리은행에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흐름을 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빅4' 대형은행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예대 마진인데 대출채권 규모가 큰 은행들이 아무래도 영업이익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출처=금융감독원

준대형은행(NH농협·기업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이 2016년 4분기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록이 있다. 기업은행은 꾸준히 3~6위 수준을 지켰지만 리딩뱅크에 근접한 적은 없었다.

두 은행의 경쟁구도도 하나·우리은행과 유사한 관계를 보였다. 치열한 순위 쟁탈전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이 12개 분기에서 농협은행을 누르는 양상을 보이며 살짝 우세했다.

올 들어서는 KDB산업은행이 급부상해 전체 은행 가운데 톱으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심지어 대형은행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거뒀다.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이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산업은행은 올 1분기에만 1조42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산업은행 내부적으로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은행을 통틀어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낸 것도 전례가 없다.

HMM(옛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24.96%)로 보유한 HMM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환사채 평가이익이 증가해 비이자이익 9000억원이 반영됐다. 다만 평가이익 반영 결과로 향후 주가 영향에 따라 수익 규모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소형 부산 '원톱' 체제 유지…전북·제주, 카뱅에 밀렸다

은행 규모상 중소형은행에 해당하는 9개 은행 중에서는 전통의 강자 부산은행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5년 동안 5개 분기를 제외하면 중소형은행 중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내면서 단연 '원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특수은행의 약진 여부에 따라 6~9위를 오가며 지방은행 큰 형님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SC제일은행은 DGB대구은행과 그다음 순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대구은행이 접전 끝에 21개 분기 가운데 12개 분기에서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내며 우세한 양상을 나타냈다.

*출처=금융감독원

그 아래에는 수협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이 소매금융 매각을 앞둔 한국씨티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이익을 매 분기 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2018년 4분기 15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걸 제외하면 이들 가운데 최근 5년 새 분기 1000웍원의 벽을 넘은 하우스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약진하면서 이들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꾸준히 이익 규모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에는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한국씨티은행(657억원)을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2004년 출범해 외형 성장을 추구해 왔지만 최근 소매금융 매각을 앞두고 후발주자에게 쫓기며 외국계 은행으로서 자존심을 구긴 모양새다.

심지어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이미 카카오뱅크에 밀린 모양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카카오뱅크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3개 분기 연속 이들 두 은행을 웃돌았다.

다만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한동안 증자에 난항을 겪으며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온 만큼 수익성이 살아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19개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매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공시되지는 않았으나 올 2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 성공 사례를 따른다면 앞선 두 소형 지방은행들은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한국수출입은행은 특수은행으로서 매 분기 일회성 요인에 따라 등락이 심한 편이다. 산업은행보다 덩치는 작지만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내거나 손실 폭이 작았던 때는 그 반대 경우와 유사하다. 산업은행이 11개 분기에서, 수출입은행은 10개 분기에서 영업이익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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