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매출 리딩뱅크 '하나' 이자익 왕좌 'KB'⑤영업수익 기준으론 특수·외국계도 순위 변동, 인터넷뱅크 약진도 눈길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23 07:45:15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이란 공통의 영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경쟁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특히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은행간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은행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8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딩뱅크'는 통상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는 은행을 지칭한다. 순이익에는 리스크비용과 영업외비용, 판관비 등이 반영된다. 이에 각 은행들의 영업수익(매출)과 순이익 추이는 정반대 성향을 보일 때가 많다. 이자수익 역시 영업수익 및 순이익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다.결국 지금의 시장 논리처럼 '순이익'만으로 각 은행들의 우위를 나누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핵심 먹거리인 이자수익과 이에 기반한 영업수익 추이를 함께 살펴봐야 각 은행 경쟁력의 실질적인 가늠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이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순위는 또 달라진다.
◇영업수익 하나·우리, 이자수익 KB·신한 '월등'
더벨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형 및 준대형은행(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중 가장 영업수익이 많은 하우스는 하나은행으로 나타났다.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21개 분기 가운데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매번 '톱' 지위를 획득했다.
그 다음으로 영업수익 순위에서 톱을 많이 차지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2016년 2분기에는 영업수익 기준 이들 은행 중 1등을 차지한 적도 있다. 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2인자 지위를 지켜왔다. 3·4위는 각각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다. 6개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 영업수익이 가장 작았다.
흔히 리딩뱅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싸움으로 여겨진다. 대규모 이자비용이 지출되는 금융업 특성 등을 볼 때 영업수익이 온전히 영업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고려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리딩뱅크를 가르고 있다.
하지만 매출(영업수익)을 기준으로 보면 이익을 토대로 비교했을 때와는 순위가 사뭇 달라진다.
우선 은행의 영업수익 항목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크게 이자수익, 수수료수익, 기타영업수익 등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기타영업수익은 보유한 채권이나 외환과 관련이 깊은 항목이다. 환율이나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해당해 은행의 영업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기타영업비용과 규모가 비슷해 상계하면 실제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때가 많아 '허수'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준대형은행의 경우 보유한 채권이나 외환 규모가 커서 기타영업수익이 이자수익보다 많을 때도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을 흡수하면서 외환 보유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기타영업수익이 시중은행 중에서도 유독 많다. 매출 볼륨으로는 하나은행이 국민은행을 크게 앞서는데도 이자이익 측면에서는 '한 수 아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은행의 본업 경쟁력은 '예대마진'에 있는 만큼 영업력의 우위도 이자수익을 토대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어느 은행의 영업수익이 많느냐보다는 수익의 양상을 고려해 리딩뱅크를 겨루는 이유다.
이들 6개 은행 가운데 이자수익이 가장 많은 하우스는 국민은행이다. 총 19개 분기에 걸쳐 가장 많은 이자수익을 냈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국내 19개 은행이 낸 전체 이자수익 중에서 14.65%가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몫이다.
2015년 말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합병으로 지금의 은행 체제가 완성된 직후인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를 놓고 보면 국민은행이 은행권 이자수익 전반을 지금처럼 주도하는 양상은 아니었다.
201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의 이자수익이 가장 많았다. 2조1000억원대였던 우리은행의 이자수익은 이후 그 해 하반기 1조8000억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자수익 시장점유율(M/S)이 13%대에서 올 1분기 11.47%까지 하락하며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에도 밀려 6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반대 양상을 보였다. 2016년 1분기만 해도 이자수익 M/S가 11.89%로 기업은행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올 1분기 12.55%를 기록하며 국민은행에 이어 2등을 차지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영업력 개선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 힘입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견조한 이익을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은행 이자수익↑, 카카오뱅크도 약진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영업수익과 이자이익 등 추이에는 외국계 은행과 주요 지방은행도 눈에 띄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앞서 하나·우리은행과 국민·신한은행의 관계처럼 수익 포트폴리오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수익이 많지만 기타영업수익이 주를 이루고, 부산·대구은행은 수익 볼륨은 비교적 작더라도 이자수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컸다. 그 덕에 두 지방은행이 이익 측면에서 외국계 은행들을 앞설 수 있었다.
특수은행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수익 규모와 이자수익 측면에서 모두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앞선 대형·준대형은행을 합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편차도 가장 크다. 규모가 큰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을 확보하는 사업 구조상 기타영업수익이 커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외국계 은행들의 볼륨이 압도적이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SC제일은행이 13개 분기, 한국씨티은행이 6개 분기에서 서로를 앞섰다. 이밖에 한국수출입은행(3.39%)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은행들은 영업수익 M/S가 1%가 채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자수익을 기준으로 삼으면 순위 변동이 대거 나타난다. 매 분기 압도적인 규모의 이자수익을 낸 산업은행과 더불어 수출입은행이 이들 중 2위로 치고 올라온다. 수출입, 해외투자 등을 위해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면서 이자를 많이 받는 구조 영향이 컸다.
이들과 더불어 주목할 하우스는 부산은행(2.54%)과 대구은행(2.42%)이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영업수익 자체는 더 많았지만 두 회사의 이자수익 M/S는 각각 2.17%, 1.55%에 불과했다.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수익은 많지만 정작 이자수익 비중은 작아 수익성 측면에서 두 지방은행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하위권에서는 경남은행(1.86%)과 수협은행(1.8%)이 호각을 다투고 있다. 한때 경남은행은 2%대 M/S를 유지했으나 인터넷전문은행 등 약진으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양상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올 들어 처음 이자수익 M/S 1%를 넘어서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M/S 0.22%를 확보했지만 아직 제주은행(0.3%)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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