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사업자 리포트]밀크파트너스, 야놀자-신세계를 블록체인으로 엮는다①소액·소멸 포인트 통합 관리 플랫폼…이종산업간 포인트 얼라이언스 구축
최필우 기자공개 2021-09-01 07:10:41
[편집자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에서도 코인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당국이 가상자산 공개(ICO)를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함에 따라 해외를 통한 우회상장이나 거래소 공개(IEO) 등을 통해 일명 '잡코인'이 대거 거래소에 입성,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더벨은 차별화를 추구하는 국내 코인사업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A씨는 모처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포인트를 적립했다. 확인해보니 예전에 적립했던 포인트가 남아 있다. 하지만 포인트가 워낙 소액이라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을 듯하다. 영화 마니아도 아닌 데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관에 자주 오는 게 부담이기도 하다.# B기업은 영화 관람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한다. 고객 재방문을 유도하고 다른 프랜차이즈로 이탈하지 않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렸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부채,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포인트 적립 혜택 제공이 온전히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 않다. 소액 포인트 적립과 소멸을 반복하는 고객이 다수다.
포인트 시장은 비효율적이다. 고객은 포인트 제도가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소비를 결정하지만 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은 채 소멸 수순을 밟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비효율이다. 제도 도입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밀크파트너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포인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비효율 해소에 나섰다. 밀크파트너스의 가상자산 '밀크(MiL.K)'는 마일리지(Mileage)와 토큰(Token)의 합성어다.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거래 수단으로 쓰이는 유틸리티 코인을 지향한다. 플랫폼 이용자가 밀크파트너스 제휴사들로부터 받은 포인트를 밀크로 교환하고 다시 밀크를 다른 제휴사 포인트 또는 현금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
밀크 플랫폼은 소액으로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 통합해 활용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많은 기업이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독자적이거나 그룹사에 국한된 경우가 대분이다. 활용 폭이 좁은 만큼 적립 포인트가 소액인 고객이 대부분이고 사용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룹과 업종을 넘나드는 기업들이 플랫폼에 올라오면 포인트 금액이 커질 뿐만 아니라 선택지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밀크파트너스의 솔루션은 단순히 제휴사 포인트를 연동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포인트 거래 가격을 수요,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밀크 코인으로 원하는 제휴사 포인트를 5~4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늘면 항공사 포인트 가격 할인율이 낮아져 합리적 가격에 거래되고, 숙박 서비스 인기가 없을 때는 숙박 플랫폼 포인트 할인율이 높아져 이용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제휴사 입장에서는 밀크 플랫폼을 매개체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 C 기업을 이용하는 고객이 포인트를 팔고 획득한 밀크 코인으로 D 기업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다. 사실상 획득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구조다. 밀크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 모두 제휴사들의 잠재 고객이다.
기업 입장에선 플랫폼 이용자가 자사 포인트를 팔아 밀크 코인을 확보하면 손해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인트를 파는 고객이 있다는 건 반대로 포인트를 사는 고객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판매 고객과 달리 구매 고객은 포인트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의지가 존재한다. 거래가 포인트 실사용을 유도하는 셈이다.
밀크파트너스는 여행, 레저 분야에 초점을 맞춰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밀크 플랫폼 이용자의 70% 안팎을 책임지고 있는 야놀자가 핵심 파트너사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 진에어, 메가박스 등 각 업종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합류했다. 야놀자로 숙박 장소를 정하고, 신세계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진에어로 여행지에 도착하고,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련의 레저 활동에서 획득한 포인트가 밀크 코인으로 통합된다.
현재 여행, 레저 특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향후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자로 거듭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 커머스,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을 얼라이언스에 추가할 수 있다. 포인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카드사도 잠재 후보다. 금융 당국이 이용자 권리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밀크파트너스의 제휴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밀크파트너스 관계자는 "지난 6월 기준 밀크 플랫폼 가입자가 80만명까지 늘어났고 이중 45만명 안팎이 활성 이용자"라며 "체리피커가 주를 이루는 플랫폼이 많은데 밀크는 충성도 높은 양질의 이용자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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