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NPL비율 관리 'KB국민·SC제일' 빛났다⑭1등 카카오, 급격한 리스크 상승세 눈길…산업·수출입 만년 꼴찌
고설봉 기자공개 2021-09-01 07:33:47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이란 공통의 영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경쟁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특히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은행간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은행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1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올해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거두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부실도 함께 자라나고 있다. 차주의 신용등급 및 상환여력이 하락하면서 은행의 여신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여신건전성의 하락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별 변별력은 수익성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량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은행별로 대출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측정하고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모든 은행들이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적정 수준을 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건전성 척도 NPL비율, 최상위 '카카오·KB' 최하위 '산업·수출입'
여신건전성은 각 은행이 보유한 총여신 가운데 리스크가 있는 여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한 값이다. 총여신은 대출채권, 기업어음(CP), 기타채권, 확정지급보증, 사모사채, 신탁대출금, 금융리스채권 등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뜻한다.
금감원은 여신건전성을 은행의 주요 경영지표로 활용한다. 총여신을 건전성 정도 및 부실 여부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한다. 고정여신부터는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는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고정이하여신을(NPL)으로 묶어 별도 관리한다.
더벨은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토대로 국내 은행 19곳의 여신건전성 추이를 분석했다. 하나은행의 옛 외환은행 인수합병으로 현재 은행간 경쟁구도가 펼쳐진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21개 분기 동안 은행간 여신건전성의 변화를 살펴본다.
올 1분기 말 기준 전 은행을 통틀어 여신건전성이 가장 좋은 곳은 카카오뱅크다. 총여신 대비 NPL비율 0.23%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SC제일은행 0.24%, 국민은행 0.29%, 우리은행 0.30%, 하나은행 0.34%, 신한은행 0.36%, 농협은행 0.41% 등을 각각 기록했다.
물론 대형은행과 준대형은행들의 여신건전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은행 가운데선 SC제일은행이 가장 좋았다. 이외 광주은행(0.44%) 수협은행(0.48%), 제주은행(0.53%), 씨티은행(0.58%) 등이 비교적 여신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여신건전성이 가장 안 좋은 곳은 산업은행으로 평가된다. 올 1분기 말 NPL비율이 2.46%로 국내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수출입은행 1.10%, 기업은행 1.05% 등 국책은행들의 여신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다른 현재…은행간 리스크관리 역량 확연한 판도변화
현재의 판도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대형은행과 준대형은행간 리스크 관리 역량은 2019년 1분기를 기점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그해 3분기부터 현재의 판도가 형성됐다. NPL비율 관리에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이전보다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사들 대비 우위를 점했다.
2016년 1분기 이후 2~3년간 여신건전성 측면에서 선두를 지키던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13개 분기 가운데 12개 분기 기준 대형은행과 준대형은행 6곳 가운데 NPL비율이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은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총 5개 분기 중 4개 분기에서 NPL비율 관리 기준 1등에 올랐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준 뒤 2위로 밀렸고, 현재도 꾸준히 2위를 기록 중이다.
하나은행은 꾸준히 NPL비율을 낮추며 여신건전성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 대비 확연하게 낮거나 높지 않은 중간 수준을 유지 중이다. 대형은행과 준대형은행 6곳 가운데 계속해 3~4위를 기록하는 모습니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과거부터 NPL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곳이다. 다만 최근 농협은행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NPL비율을 예전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기업은행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2016년 1분기 말 2.15%였던 농협은행의 NPL비율은 올 1분기 말 0.41%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은행의 NPL비율은 1.43%에서 1.05%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중소형은행 가운데선 과거 씨티은행이 NPL비율 관리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2016년 1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9개 분기 동안 중소형은행 9곳 가운데 NPL비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2018년 1분기부터 매 분기 NPL비율 상승세를 보였다. 경쟁사인 SC제일은행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광주은행의 경우 전통적으로 NPL비율 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지만 중소형은행간 경쟁에서 항상 2~3위를 유지했었다. 2016년 1분기 말 0.80%였던 NPL비율은 매분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고, 올 1분기 말에는 0.44%까지 낮아졌다.
부산은행은 과거 NPL비율 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최근에는 중소형은행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6년 1분기 말 0.97%로 중소형은행 9곳 가운데 3위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 말 0.67%로 9곳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재 NPL비율 관리에서 전 은행을 통틀어 가장 안정된 수치를 기록 중인 카카오뱅크는 그러나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수치가 급상승했다. 2017년 내내 0.04% 대에서 머물다, 2019년 상반기 이후 0.20%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거듭 올 1분기 말에는 0.23%로 집계됐다. 개인 신용대출 위주로 기업대출 등이 없는 포트폴리오 특성상 현재의 NPL비율 상승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현재도 NPL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NPL비율 자체가 많이 개선됐다. 2016년 1분기 말 6.70%였던 산업은행 NPL비율은 올 1분기 말 2.46%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 NPL비율은 3.35%에서 1.10%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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