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수신 규모는 KB, 실속 챙긴 IBK⑨카뱅·광주 요구불예금 비중 시중은행 넘어서, 인터넷은행 고속성장 눈길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24 13:25:20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이란 공통의 영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경쟁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특히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은행간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은행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의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인 예대율은 중요한 경영 지표로 꼽힌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추가 대출에 제한이 따른다. 대출채권이 불어날수록 필연적으로 예수금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예대마진 측면에서 보자면 수신은 '비용'에 해당한다. 고객은 예금금리가 높을수록 유리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정반대다. '저원가성수신'을 많이 확보하는 건 대출자산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또다른 경쟁력이다.
흥미로운 건 예수금 규모와 저원가성수신 비중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짜' 수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하우스는 대체로 수익성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수금 최대 규모 국민, 기은에 '저원가성' 비중 밀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원화예수금에 대해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수입부금, 주택부금 등으로 구분한다. 다만 대부분은 예입·인출이 자유롭고 낮은 이자를 주는 '요구불예금'과 일정 기간 예치해 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저축성예금'이 차지한다.
저축성예금에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이 포함된다. 당좌예금, 보통예금, 가계종합예금, 별단예금 등은 요구불예금으로 분류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금리가 낮아 '저원가성예금'이라고도 불린다.
은행은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할수록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선다. 순이자마진(NIM)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높이고 대출채권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요구불예금을 많이 확보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더벨은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토대로 국내 19개 은행들의 원화예수금 시장점유율(M/S) 추이와 더불어 원화예수금 내 요구불예금 비중을 비교 분석했다.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21개 분기로 한정하고 대형·준대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나머지 중소형·특수·인터넷은행의 추이를 나눠 들여다봤다.
우선 원화예수금이 가장 많은 하우스는 국민은행(16.55%)이다. 예대율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채권 규모가 많은 은행이 원화예수금 규모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여신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수신 규모도 가장 컸다.
다음으로 농협은행(14.75%)과 신한은행(14.7%)이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양상이다. 농협은행이 15개 분기에서, 신한은행은 6개 분기에서 서로를 앞섰다. 이어서 우리은행(14.24%)과 하나은행(13.96%)이 각각 4·5위권을 지키고 있다.
기업은행(6.54%)의 경우 유독 수신 규모가 작은 편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리테일 고객 접점이 많은 시중은행에는 못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예수금 내 요구불예금 비중을 살펴보면 정반대 양상이 나타난다. 기업은행이 대형·중대형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5년간 요구불예금 비중은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는 전체 원화예수금의 절반이 넘을 정도였고 올 3월 말에도 48.93%의 비중에 달하는 요구불예금을 확보했다. '알짜' 수신을 많이 확보한 기업은행은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이 다른 시중은행들과 맞먹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수신 규모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25.26%)은 2등으로 밀려났다. 이어진 저원가성수신 확보 경쟁에서는 농협은행(21.45%)이 신한은행(17.74%)에 앞섰다. 수신 규모는 유사하더라도 신한은행이 이들 은행에 비해 이자비용을 많이 지출한다는 의미다.
하나은행(6.25%)과 우리은행(5.64%)은 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두 은행을 비교해도 우리은행이 수신 규모 자체는 더 크지만 요구불예금 비중은 하나은행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하나은행이 영업비용 관리 측면에서는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소형 지방은행 수신 규모 넘어선 카뱅, 비용절감도 우위
중소형·특수·인터넷은행의 원화예수금 M/S 추이를 살펴보면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상위권에서는 한국스탠다드(SC제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KDB산업은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부산은행이 이들 중 수신 규모가 가장 컸는데 지난해에는 대구은행이 3개 분기에 걸쳐 1위를 탈환했다. 작년 말부터는 SC제일은행이 이들 중 '톱'으로 올라섰다.
산업은행의 경우 2016년 초만 해도 부산은행에 이어 2인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M/S가 1%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다시 2%대로 복귀하며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은행들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아직 덩치가 큰 다른 은행에는 못 미치지만 카카오뱅크는 올 3월 말 1.39%의 M/S를 확보했다. 광주(1.16%)·전북(0.82%)·제주은행(0.29%) 등 작은 지방은행은 물론 한국씨티은행(1.31%)까지 넘어섰다. 지방은행 빅3 중 하나인 경남은행(1.82%)과 수협은행(1.98%)도 위협할 정도다.
케이뱅크(0.48%) 역시 제주은행보다 많은 수신을 확보했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에 최적화된 만큼 수신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존 은행들에 비해 인건비 등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부담이 비교적 작다.
원화예수금 내 요구불예금 비중을 보면 이들 은행의 순위에도 큰 변동이 나타난다. 카카오뱅크의 요구불예금 비중이 단연 '원톱'이다. 전체 원화예수금 가운데 57.01%가 저원가성수신에 해당하는데 이는 국내 모든 은행 통틀어 가장 높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수신 규모로만 보면 밑에서 5위에 해당하지만 예수금 중 요구불예금 비중은 29.47%에 달했다. 10%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자랑할 정도로 알짜 영업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은행들은 양상을 달리했다. 수신 규모로만 보면 SC제일은행이 한국씨티은행에 앞서지만, 저원가성수신 비중은 한국씨티은행이 우위에 섰다. 이밖에 산업은행의 경우 예수금 가운데 요구불예금 비중이 0.34%에 불과해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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