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카카오뱅크 블록딜 성공…주주 엑시트 트리거되나 차익실현 '적기 판단' 등 해석 분분, 고평가 논란 재점화
김현정 기자공개 2021-09-03 07:30:4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2일 10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소수 지분 블록딜을 실현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카카오뱅크 주가 고평가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슈란 관측이다. 동시에 이번 거래가 다른 주주들의 엑시트 트리거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우정사업본부는 2일 주식시장 개장 전 카카오뱅크 지분 2.9%(1368만383주) 매각에 성공했다. 총 매각대금은 1조944억원가량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지분은 3.9%에서 0.2%로 낮아지게 됐다.
이번 블록딜은 전날 종가 대비 9.9% 할인율이 적용된 8만원에 거래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제안한 할인율은 최소 9.9%에서 최대 13.9%였던 만큼 가장 낮은 할인율에서 물량이 모두 소화됐다.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 7월 카카오뱅크 출범 때부터 재무적투자자(FI)로 지분투자에 참여한 곳이다. 작년 말 1조원 규모의 프리 IPO를 포함, 총 네 차례 증자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4년 2개월간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에 출자한 금액은 총 920억원 정도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블록딜로 실현한 투자차익은 1조원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초 공모가 3만9000원에 상장한 카카오뱅크 주가가 8만8800원까지 뛰면서 거액의 투자차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번 거래 과정에서 우정사업본부가 높은 할인율을 제안했다는 데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 시도 시점에 주가가 '고평가' 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할인율을 크게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우정사업본부도 이를 고려해 서둘러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차익 실현을 노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상장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매각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또 다른 투자자인 넷마블 역시 카카오뱅크 주식 절반을 팔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매각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넷마블의 경우 돈이 급한 사정이 있었다. 글로벌 소셜카지노게임사 스핀엑스의 인수자금(2조5000억원)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37조원 규모(작년 말 기준)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2위 연기금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곳이 아니란 얘기다. 카카오뱅크에 온전히 FI로 몸을 담은 곳인 만큼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에 따라 엑시트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이슈로 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과정에서부터 거품 논란이 제기됐었다. 공모가부터 너무 고평가돼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비웃듯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이후 거침없이 고공행진했다.
지난 20일부터 줄곧 카뱅을 지지하던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잠시 숨고르기를 했지만 이윽고 반등해 전일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블록딜 여파로 장 초반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날보다 6.42% 내린 8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언제까지 오를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놓고 아직도 금융권은 설왕설래 중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은행이라기엔 PER(주가수익비율)이 너무 높고 IT플랫폼이라고 하기엔 사업의 본질이 은행에 맞닿아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주식 매각으로 다른 주주들 역시 엑시트 행렬에 동참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당초 대부분 주주들이 장기보유할 것으로 예상된 것과 달리 하나 둘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밸류자산운용 지분 포함)가 각각 지분 27.26%를 들고 있다. 3대 주주로 KB국민은행이 8.02%를 갖고 있으며 그 뒤로 서울보증보험(3.21%)·이베이코리아(3.21%)·스카이블루인베스트먼트(3.21%)·넷마블(1.6%) 등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중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은 지분 전량에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넷마블과 스카이블루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주식의 절반에 대해서만 보호예수를 설정했는데 넷마블은 이 절반을 모두 매각했다. 보호 예수기한은 6개월로 내년 2월 초까지다.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서울보증보험과 이베이코리아, 예스24 등은 보호예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당장이라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주주사 관계자는 “IPO를 앞두고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카카오뱅크의 안정적 성장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호예수에 참여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나머지 주주들은 각자 판단 하에 엑시트 시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되고 주요 주주의 경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기관투자자로서 리스크관리나 자산배분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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