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로 간 기업인]‘CEO 출신’ 사외이사 환영하는 기업들⑤SK·현대차그룹 중심 CEO 출신 확대…LG는 교수, 삼성은 관료 출신 선호 '뚜렷'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10 08:07:32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13시5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 중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여전히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 발달이 훨씬 빨랐던 미국·영국 등의 경우 CEO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많이 기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이사회는 교수나 관료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해당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 가운데 SK, 현대차그룹 등은 기업인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그들의 실무적 판단력과전략적 통찰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올 들어 CEO 출신 사외이사들을 적극 영입한 회사들도 여럿 눈에 띈다. 전략 수립부터 경영 평가까지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경영을 아는 사외이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SK이노,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비중 83%…금융지주사에도 다수
the Board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사외이사들을 분석했다. 올 3월 14일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했으며 여기에 우선주·리츠 등을 제외했다. 사외이사 명단의 경우 각 기업의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더해 주주총회소집공고까지 참고해 이달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 이후 새 이사회를 상정했다.
이에 따라 총 470명의 사외이사 풀(Pool)을 확보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을 △기업인 출신 △교수 출신 △관료 출신 △법조인 출신 △회계·세무사 출신 △기타 출신 등 6개 카테고리로 나눈 결과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총 96명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 통계를 내렸을 때 이사회에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는 기업이 48개에 이르렀다. 국내 주요 기업의 절반가량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은 셈이다. 미국·영국 등 1950~1960년대부터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주요 선진국 대기업들이 이사회의 80% 이상을 기업인으로 채운 것과 대비된다. 이 밖에 기업인 출신을 1명만 둔 기업이 25곳, 2명이 16곳, 3명이 6곳, 4명이 4곳이었다.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5명이나 둔 기업도 1곳 있었다.
국내 주요 기업 중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많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뒀다. 총 6명의 사외이사 중 CEO 출신이 무려 5명이었다.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 공성도 전 GE에너지코리아 대표, 김주연 전 P&G 한국 대표이사 사장, 이복희 전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이지은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등 전문분야 또한 금융부터 에너지, 소비재, IT 등으로 다양했다.
이사회 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4명인 기업들은 총 4곳 있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우리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크래프톤 등이었다. 이 밖에 3명의 기업 경영 경험을 보유한 사외이사들을 둔 회사는 총 6곳이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T&G, 아모레퍼시픽 등이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KB금융지주를 제외한 3대 금융지주들 모두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았는데 워낙 이사회 규모가 큰 만큼 모수가 뒷받침이 돼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도 많았던 것으로 풀이됐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의 경우 특히 과점주주체제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의 경우 재일교포 주주들이 지배구조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 이들을 기반으로 한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사외이사에 다수 포진해 있었다.

◇SK·현대차그룹, CEO 출신 많아…LG그룹 ‘교수’, 삼성그룹 ‘관료’ 출신 선호
그룹별로 통계를 살펴보면 SK그룹 계열사들에서 주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이 5명, SK·SK바이오팜·SKC 등이 각각 2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뒀다.
SK그룹은 2021년부터 ‘이사회 1.0’ 추진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진화한 ‘이사회 2.0’을 내놓았다.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이사회가 사전 전략과 사후 감독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다. 이사회가 중장기 전략 방향을 세우고 사후 평가·감독까지 하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기업 사정에 밝은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무적인 조언을 하고 경영성과도 면밀히 평가할 수 있다. 최근 SK그룹이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확대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3명의 기업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를, 기아가 2명을 뒀다. 현대차의 경우 특히 올 들어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했다. 김수이 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저민 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3명 모두 지난달 말 정기주총에서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이다.
반면 LG그룹의 경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전자·LGCNS 등 7개 회사가 이사회에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LG와 LG에너지솔루션 두 곳 정도가 한 명 정도를 두고 있었다. LG그룹은 특히 ‘교수 출신’ 선호 경향이 두드러졌다. LG전자와 LG화학, LGCNS, LG생활건강 등은 각각 총 4명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사외이사 전원이 교수 출신이었다. LG이노텍은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지주사 LG도 4명 중 2명이 교수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도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기·삼성SDS·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SDI·삼성중공업 등 7개 회사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단 한 명도 두지 않았고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화재·삼성E&A 등 4개 회사의 경우 각 1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뒀다. 삼성그룹의 경우 유독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았다. 삼성생명이 4명 중 3명이 관료출신 인사였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은 각각 2명씩을 두고 있었다.
올 들어서도 삼성그룹의 고위공직자 영입 기조는 확대됐다. 삼성생명은 구윤철 전 기재부 2차관 및 국무조정실 실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삼성중공업은 김상규 전 조달청장 및 감사원 감사위원을 새롭게 이사회에 들였다. 삼성E&A는 문승욱 전 산업부 장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호승 전 기재부 1차관 및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 밖에 HD현대그룹도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수가 적었다.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미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 등 5곳은 한 명도 두지 않았으며 HD현대마린솔루션 정도가 딱 1명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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