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낮아도 판다" 예보, 우리금융 지분 10% 매각 [우리금융 민영화]20년만에 최대주주 내려놔, 국감서 공격 피하기 의도 해석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9-10 06:57:0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10% 매각을 추진한다. 딜이 완료되면 처음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경영계획이행약정(MOU)을 맺은 지 20년 만에 예보가 우리지주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게 된다.최근 우리지주의 주가 상승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매각 로드맵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잔여 공적자금 회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기존 과점주주들과 협의를 거쳐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예보는 3개 증권회사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1곳씩을 주관사로 선정해 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3일 열린 제190차 회의에서 예보로부터 '2021년도 하반기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세부 매각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블록세일 매각제한기간(락업) 3개월이 종료되면서 공자위는 시장수요를 확인하고 '경쟁입찰' 방식으로 예보 보유 지분 최대 10% 매각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총 매각 물량은 10%이며 최소 입찰 물량은 1%로 정했다. 아울러 지금껏 그래왔듯 이번 입찰을 통해 4% 이상을 낙찰받은 경우 사외이사 1인 추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음달 8일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실사를 거쳐 본입찰을 진행하는 스텝을 밟게 된다. 여기서 낙찰자를 결정하고 낙찰자와의 주식매매계약 체결하면 딜이 클로징된다.
다만 투자의향서 접수 및 본입찰 단계에서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거나 입찰가격 등이 공자위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중단하고 블록세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예보가 옛 우리지주와 경영계획이행약정(MOU)을 맺은 지는 20년이 지났다. 이후 여러 차례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자회사들을 쪼개 매각하며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2019년에는 공자위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을 발표하며 완전 민영화가 가시화됐다.
당시 예보는 2022년까지 잔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는 매각 소식이 잠잠했으나 올해 4월 보유주식 1444만5354주를 블록딜로 1493억원에 매각하면서 민영화 작업이 재개됐다.
올 6월 말 기준 예보는 우리지주 주식 1억1015만9443주(15.25%)를 갖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9.8%), 우리사주조합(8.75%), IMM PE의 특수목적회사(SPC)인 노비스1호유한회사(5.62%) 등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우리금융캐피탈의 포괄적주식교환으로 예보 지분은 15.13%로 희석됐다. 예정대로 딜이 마무리되면 우리지주는 5.13%의 지분을 갖게 되면서 최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공자위는 이번에 경쟁입찰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동양생명이 엑시트한 것처럼 블록딜로 대량 물량을 쏟아낼 경우 우리지주 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공자위는 이번 발표를 하면서 "희망수량경쟁입찰은 블록세일에 비해 장기투자자 유치가 가능하고 대량의 지분을 매각함에도 주가하락이 발생할 우려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예보가 우리지주 엑시트를 어려워했던 이유는 주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투여한 공적자금 대비 회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9년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 발표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걷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겪으며 2년 가까이 움직임이 잠잠하기도 했다.
올 4월 들어 변화가 나타났다. 예보는 주식시장 개장 전 우리지주 지분 2%를 매각했다. 당시 할인율은 2.5%로 통상적인 블록딜 할인율(3~4%) 수준보다 낮았으나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주가 마지노선 아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예보가 거래한 우리지주 주당 가격은 1만335원으로 당시 주가 마지노선(1만2000원선)에 못 미쳤다. 원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 민영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개월 새 우리지주의 주가는 1만1000원선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더욱이 올 7월에는 과점주주 중 하나였던 동양생명이 다른 장기 투자자를 데려오지 않고 엑시트하면서 주가 상승에 부담을 안겨줬다.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주주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보는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엑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추진 일정 공개가 '정치적'인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다음달 초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인 만큼 잔여 공적자금(10.4%) 회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이다 보니 금융위, 예보 측에서 매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우리지주 주가가 그래도 어느 정도 오른 만큼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지적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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