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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케이를 움직이는 사람들]'모험투자 외길' 김학범 대표, 운용사 도약 구심점①15년째 컴퍼니케이 경영 총괄, 펀드 결성액 '누적 7000억 돌파' 견인

박동우 기자공개 2021-09-23 07:11:16

[편집자주]

2021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창립 15주년을 맞이했다. 운용자산(AUM) 5900억원이 넘는 중견 운용사로 입지를 다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언택트(비대면)'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투자사로 평가를 받고 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핵심 구성원들의 커리어와 투자 성공 사례, 철학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4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창업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태동했다.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결성한 펀드 규모를 다 더하면 7000억원이 넘는다. 연간 투자 금액도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김학범 대표(사진)는 그동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경영을 총괄하면서 운용사 도약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22년째 모험자본업계의 외길을 걸어온 벤처캐피탈리스트다. 넷게임즈, 직방, 안트로젠 등 굵직한 엑시트(자금 회수) 사례가 뒷받침되면서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투자 명가의 반열에 올려놨다.

◇'삼성물산·삼양종금'에서 벤처 생태계 이해, 1999년 VC업계 입문

김 대표는 1990년대 삼성물산 신기술사업부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외국의 유망한 기술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국내 연구소의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무에 매진했다.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에도 관여했다.

삼양종합금융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 눈을 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펀드 운용역들이 출자를 요청하면서 관련 실무를 맡은 덕분이다. 김 대표는 "중화권에 자리 잡은 무선통신 회사들을 겨냥해 투자하던 비히클이었다"며 "자연스레 외국 벤처캐피탈의 생리를 공부할 기회로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김 대표는 선택의 기로를 맞았다. 경영난에 처한 삼양종합금융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진로를 고심하면서 벤처 금융으로 눈길을 돌렸다.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비즈니스인 만큼, 한국에도 확산되는 건 필연이라고 확신했다.

특허의 잠재적 가치를 평가하고 펀드레이징까지 들여다봤던 과거 경험을 발판 삼으면 될성부른 신생기업을 찾아내 자금을 집행하는 일은 수월할 거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기다림 끝에 막대한 수익을 실현하는 성취감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1999년 일신창업투자 심사역으로 합류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당대 '핫 섹터'였던 인터넷 영역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 콘텐츠 등의 분야에 포진한 초기기업을 발굴했다. 데이콤인터내셔날,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등을 출자자로 끌어들여 2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만든 성과도 남겼다.


◇양적 성장 실현, '넷게임즈·직방·안트로젠' 성공 신화

오늘날의 김 대표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다. 회사가 설립한 시점은 2006년 10월이다. 당시 문양권 바른손 의장의 주도 아래 벤처캐피탈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 대표는 하우스를 이끌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문 의장의 제안을 받았다.

직접 사업을 총괄하는 소망을 오래 전부터 품었던 만큼, 대표직 러브콜을 주저없이 수락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자본금 75억원의 창업투자회사로 출범했다. 콘텐츠 전문 기업인 바른손, 휴대폰 보조기기 생산에 특화된 버추얼텍, 골프장 운영사인 금보개발이 33%씩 출자했다. 지금은 금보개발(41.6%),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27.5%) 등이 주요 주주를 이루고 있다.

15년 동안 경영을 이끌면서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까지 결성한 펀드 재원을 모두 합산하면 7000억원을 웃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AUM)은 5915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실적의 우상향 흐름도 눈부셨다. 2013년 매출(영업수익)은 25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186억원을 웃돌았다. 7년새 7배 이상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2013년 7억원 수준에서 2020년 128억원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사내 심사역들과 합심해 넷게임즈, 직방, 안트로젠 등 걸출한 투자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넷게임즈 건은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시그니처 딜'로 회자된다. 김 대표는 "세 차례에 걸쳐 60억원을 집행해 784억원을 회수하는 기록을 올렸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는 양상을 눈여겨보고 모바일 게임 개발로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을 권유했고, 넷게임즈의 출시작들은 연달아 히트를 쳤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 앱 운영사 직방에 실탄을 지원한 건은 김 대표가 강조하는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의 동반 성장'에 부합하는 사례다. 직방이 서울 용산의 허름한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 사업하던 2014년에 10억원을 베팅했다. 5년 만에 198억원의 엑시트(자금 회수) 성과를 냈다. 초기기업 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됐다.

안트로젠 덕분에 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에서 바이오·헬스케어로 투자 카테고리의 지평을 넓히는 주춧돌을 놨다. 2013년 10억원, 2017년 40억원을 집행했다. 멀티플 2배를 웃도는 수익을 챙겼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의 동향을 분석한 뒤 주요 기업 가운데 안트로젠을 점찍어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며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의 딜(Deal) 발굴이 성공한 사례였다"고 밝혔다.


◇'IPO 결단' 대형사 도약 발판, '자율'과 '관용'의 조직문화 장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15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도약의 변곡점도 존재했다. 2019년 IPO를 계기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180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대형 운용사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금융사나 대기업이 주주로 들어와 있지 않던 상황에서 모험자본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체력을 갖추려면 '상장'으로 돌파구를 열 필요가 있었다"며 "IPO로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위탁운용사 의무 출자금(GP커밋)을 늘리면서 펀드 출자자들과 신뢰를 쌓고 운용의 책임성을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8월에는 사내 인사를 단행해 '투자부문 대표'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바이오 섹터 투자를 총괄하던 이강수 부사장이 새로운 자리에 올랐다. 이 부사장이 30대 심사역들과 합을 맞춰 스타트업 현장을 누비는데다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한 만큼, 딜(Deal) 소싱과 심사를 전면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맡기는 게 적격이라는 김 대표의 판단이 반영됐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조직 문화를 계속 살려나가는 일은 김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는 "자사의 핵심 가치는 자율과 관용"이라며 직급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심사역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분위기를 장려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트랙레코드가 부진하더라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테니, 실책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잊어버려라'고 일선 심사역들에게 조언하면서 기운을 북돋워준다"며 "사내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경영한 덕분에 지금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입지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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