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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사, 계륵에서 용됐다...공모채 급증, 투심 변화? [Market Watch]데뷔어 속속 등장, '조 단위' 수요예측 흥행도…실적 안정성 관건

이지혜 기자공개 2021-10-01 08:48:3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사가 사상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 단위로 자금을 조달했다. 공모채 시장의 호황을 틈 타 실적안정성을 앞세워 투자심리를 사로잡았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사는 현금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자자가 선뜻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은 물론 제약바이오사도 공모채 시장에 쉬이 발걸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제약바이오사를 중심으로 점차 공모채 시장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제약바이오사, 화려한 데뷔 잇달아

28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모두 7곳의 제약바이오사가 올해 공모채를 발행했다. 모두 1조50억원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조달했고 녹십자가 2000억원, 종근당이 1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대웅제약, 종근당홀딩스, 서흥, 광동제약 등도 공모채를 발행했다.
공모채를 발행한 제약바이오사가 늘어난 것은 물론 규모도 대폭 늘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사는 공모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모채 시장이 흔들렸던 지난해에는 불과 세 곳(HK이노엔, 동아쏘시오홀딩스, 보령제약)뿐이었다. 2019년에도 7곳의 제약바이오사가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규모는 7450억원에 그쳤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공모채를 발행한 제약바이오사의 절반가량이 공모채 시장 데뷔어라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종근당, 종근당홀딩스는 올해 공모채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그런데도 투자심리는 뜨거웠다. 데뷔어가 절반 가까이 포진됐는데도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이 4.8대 1에 이르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용등급이 A+인데도 우량기업 못지 않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모집금액 3000억원에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데다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제약바이오사 등 발행사가 공모채 발행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는 제약바이오사를 중심으로 투자자도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인식 바뀌나, 실적 안정성 ‘관건’

올해 공모채를 발행한 제약바이오사의 특징은 실적 안정성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한다. 신약을 개발해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글로벌 제약사의 시판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 비교적 적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설비 기준으로 세계 1위의 바이오 CMO다.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창립된 지 80여년 됐으며 2013년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로 분할됐다. 종근당의 신용등급은 AA-, 종근당홀딩스는 A+다. 종근당은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 등 다수 의약품을 바탕으로 2년 넘게 조 단위 매출을 내고 있다.

대웅제약과 서흥, 녹십자, 광동제약도 오랜 업력과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A급 신용도를 보유했다.

제약바이오사는 그동안 공모채 시장에서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군이었는데 올 들어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제조업이 우세한 회사채 시장에서 크레딧 리스크를 판별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R&D는 비용으로 반영돼 수익성을 일정부분 저해하는 요소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사는 신약개발이나 기술수출이 성공하면 영업수익성이 극적으로 개선된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는 제약바이오사에 한해 R&D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평가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한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등 전통산업 중심의 크레딧 시장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은 현금흐름을 파악하기가 비교적 어렵다고 평가됐다”며 “제약바이오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최근 들어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사들이 실적성장에 힘입어 공모채 발행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 50개사 중 매출이 증가한 곳이 모두 38곳에 이른다.

다만 투자자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는 보수적이기에 ‘바이오’기업보다 업력이 긴 ‘제약사’를 눈여겨 볼 것”이라며 “실적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제약바이오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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