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NH농협은행 뉴욕 지점, 팬데믹 속에도 눈부신 성장③대출자산 전년 대비 90% 증가, 투자금융 중심지서 '위풍당당'
류정현 기자공개 2021-11-22 13:44:0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뉴욕은 오래전부터 NH농협은행의 주요 해외 거점이었다.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 출범 전이었던 2010년 10월부터 이미 뉴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사무소는 농협금융지주의 출범 1년 후 지점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따지면 농협은행이 뉴욕에 진출한 지 벌써 10년이 넘은 셈이다.농협은행 뉴욕 지점은 운영 기간이 길었던 만큼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독 심했음에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뉴욕 지점은 앞으로 투자금융 자산을 주요 먹거리로 삼아 제2의 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여곡절 끝 탄생한 '뉴욕 지점'…기업·투자금융 확대 전진기지
농협은행 뉴욕 지점은 여러 난관을 거친 끝에 탄생한 곳이다. 농협중앙회 산하로 있던 2008년 초부터 지점 전환을 시도했는데 고배를 마셨고 이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농협은행은 뉴욕 주정부로부터는 지점 설립 인가를 받았으나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 승인을 얻지는 못했다. Fed는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으로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감사기관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다.
험난했던 뉴욕 지점 설치는 농협중앙회의 '신경 분리' 이후 풀리기 시작했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 탄생과 함께 ‘NH농협은행’이 출범했고 이듬해인 2013년 곧바로 뉴욕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다. 신충식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욕 사무소의 지점 전환 계획을 밝힐 정도로 지주 차원에서도 심혈을 기울였다.
뉴욕 지점은 설립 자체로 농협은행 글로벌 사업 전반에 걸쳐 큰 호재였다. 당시 농협은행이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뉴욕 지점이 없었는데 이를 해결했다는 점에서다. 뉴욕 지점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해결한 덕분에 이후 북경, 하노이, 뉴델리 등으로의 진출도 가능했다.
아울러 뉴욕 지점은 농협은행의 상대적 약점을 보완할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농협은행은 소매금융에 비해 글로벌 사업, 투자금융, 기업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농협은행은 뉴욕 지점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뉴욕 지점의 실적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여신규모를 늘리며 적극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 뉴욕 지점의 총여신 규모는 458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301억원을 기록했던 것보다 약 52% 증가했다.
농협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또한 뉴욕 지점의 주요 강점이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이 뉴욕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과 연계영업이 가능하다. 은행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전반의 해외 영업망 확대에 뉴욕 지점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뉴욕 지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금융 확대를 위해 GIB채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산하의) 계열사별로 강점을 활용해 공동투자를 적극 추진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신 규모 2배 가까이 성장, 코로나19 '문제 없다'
미국은 농협은행이 진출한 해외 거점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가 특히 심각한 국가였다. 15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4686만명이다. 통계상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 가운데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다.
미국 금융당국도 재난 상황에 대비해 감독 고삐를 죄는 움직임을 보였다. 자금세탁방지를 비롯한 준법감시, 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는 예년과 같이 유지했다. 아울러 팬데믹 상황에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도 각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내외적으로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 뉴욕 지점은 볼륨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올해는 주요 사업 목적인 투자금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농협은행 뉴욕 지점의 대출자산은 약 1억3백달러에 달한다. 2020년 같은 기간 5천200만달러였는데 지난 1년 사이 90% 넘게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국가보다 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띄는 성장이라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장에는 원활한 코로나19 대응이 기여했다. 이미 2020년에 재택근무만으로 업무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적인 영업에 무리가 없었다. 국내 글로벌사업부문과도 화상회의와 컨퍼런스콜을 수시로 실시해 코로나19 상황을 적극 공유했다.
이에 힘입어 뉴욕 지점은 주요 기능도 보다 넓히고 있다. 지난 8월에는 IB데스크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투자금융 확보에 나섰다. 현재 미국 내에서 신디케이티드론을 비롯한 우량 투자금융 딜을 추진하고 있다. 신디케이티드론이란 2개 이상의 금융 기관이 공동으로 동일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는 방식의 투자금융이다.
농협은행 뉴욕 지점 관계자는 “농협은행 뉴욕 지점의 주요 업무는 우량 투자금융 딜소싱과 관련 사업 추진”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금융 네트워크 확대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뉴욕 지점은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덩치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융과 기업금융을 두 축으로 삼아 여신 자산을 확대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사업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 및 한국계 금융회사들과 네트워크 활성화해 투자금융을 늘릴 예정”이라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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