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IBK베트남, 미래 키워드 '현지화·디지털전환'⑤코로나19로 실적 약화, 영업전략 재편 계기…법인 전환 지속 추진
김규희 기자공개 2021-11-23 13:58:0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7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남아시아는 IBK기업은행 해외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과 함께 한국기업 진출이 많은 국가다.기업은행 베트남지점은 현지에 진출하는 수많은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정착과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면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적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베트남지점은 포기하지 않고 즉각 대응 전략을 새로 짜며 자체 역량 강화에 매진했다.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e-tax' 시스템(국·관세 납부), 24시간 송금시스템 등 언택트 상품을 출시하며 디지털금융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사업 2위 베트남지점, 신규투자 줄자 실적 ‘약화’
기업은행은 베트남에서 하노이, 호치민 등 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노이는 베트남의 수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경제문화 수도’로 불리는 곳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곳이다.
베트남지점은 탄탄한 현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그동안 꾸준히 높은 실적을 달성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하노이와 호치민을 합친 기업은행 베트남지점 자산 규모는 8억6000만달러(약 1조136억원)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13.16% 늘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700만달러에서 1300만달러로 줄었다. 다만 기업은행 해외사업 전체 순이익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법인 형태로 진출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해외지점 중에서 26.2%의 비중을 기록했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지점의 주요 고객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이다. 삼성·현대차·LG·한화·효성 등 대기업과 함께 넘어온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은 하노이(북부)와 호치민(남부) 등 대도시 주변 지역은 물론 다낭과 꽝남성 등 중부지역까지 베트남 전역에 퍼져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 베트남지점은 지난해 실적이 주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하늘길이 막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출장을 가지 못하게 되자 기업들은 신규투자를 보류했다. 이에 시설자금 대출 등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대면영업 위축으로 리테일영업과 IB사업도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 베트남 정부도 '위드코로나', 현지마케팅 강화·디지털전환 속도
다만 최근 들어 현지 코로나 현황이 안정화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4일 기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4000명 수준이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봉쇄정책 등 강력한 방역대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9월 30일을 기점으로 방역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변경하고 경제회복·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월까지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으로 필수업종을 활성화(1단계)하고 내년 1월 15일까지 비필수 서비스업을 활성화(2단계)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모든 활동을 재개(3단계)하고자 한다.
기업은행 베트남지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영업전략을 수정했다. 신규 해외투자기업이 감소하면서 한국계 은행의 경쟁이 심화되고 이익이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현지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치민지점은 권유마케팅(Members Get Members, MGM)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거래 중인 우수한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이 거래하는 현지기업을 소개·추천받아 여신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가 큰 힘이 됐다. 중소기업 여신심사 및 지원 역량을 바탕으로 한 고객신뢰와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현지에서 큰 경쟁력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8월 현지화 전략 확대를 위해 ‘한-베 상생협력 네트워크’론을 출시했다. 한국계 우량기업에 물품을 공급하는 베트남 현지기업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향후 현지기업과 국내기업의 매칭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1월 있었던 공산당 13차 대회 결의문에서 ‘혁신’과 ‘디지털 변혁’을 향후 10개년 국가 개발의 중요한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디지털 전환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제 디지털금융 수요가 증대되고 있기도 하다. 베트남은 낮은 금융 접근성 대비 높은 모바일기기 보급률을 보여 기존 은행산업의 발전단계를 건너뛰는 ‘개구리식 도약’(Leap-frogg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지점은 DT 추세에 발맞춰 대고객서비스 및 내부통제업무에 디지털금융 도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tax 시스템(국·관세 납부), 24시간 송금시스템 및 스마트뱅킹 업그레이드 등을 통한 대고객서비스 증대와, 전자전표시스템, e-invoice 시스템 등 도입을 추진 중이다.
법인 전환 계획도 계속해서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 7월 베트남 금융당국에 법인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4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현지 당국은 자국의 금융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계 은행에 법인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 곧바로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 전환 이후에는 하노이 공단을 중심으로 지점을 개설하고 진출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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