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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엔데버 빅딜’ 왜 차입에 의존했을까 '어음발행+금융권 대출' 9000억 조달,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 첫발

이효범 기자공개 2021-11-30 08:05:07

[편집자주]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과 맞물려 국내 유통기업들의 레버리지 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부채 기반의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와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과 유동화, 시장성 차입 등이 한창이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격동의 시기 생존을 위해 뛰고 있는 유통사들의 레버리지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9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이 인수가격 9000억원을 웃도는 엔데버콘텐트 인수대금을 사실상 차입으로 마련한다. 보유한 자산을 유동화하면 인수대금 마련에 무리가 없지만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빅딜'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 제작 스튜디오로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엔데버그룹과의 전략적 협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국내외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갖추면서 스튜디오드래곤 분사 이후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엔데버그룹 연내 매각 원해, 차입으로 인수대금 확보…자산 매각 가능성

CJ ENM은 IMG월드와이드(IMG Worldwide, LLC)로부터 엔데버콘텐트(Endeavor Content Parent, LLC) 지분 80%를 약 9200억원에 인수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CJ ENM-CJ ENM USA INC.-CJ ENM USA Holdings LLC-엔데버콘텐트' 순의 출자구조가 형성된다. IMG월드와이드는 엔데버그룹(Endeavor Holdings Group, Inc.) 소속 계열사다.

*CJ ENM, 엔데버콘텐트 출자 구조(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 발췌)

CJ ENM은 이번 인수를 위해 차입금 9000억원을 조달한다. 인수대금의 거의 대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기업어음과 금융기관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한다. 이번 차입으로 CJ ENM의 단기차입금 총액은 850억원에서 985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써야 했던 것은 연내 딜 클로징을 원하는 매도자 측의 요구 때문이다. 엔데버그룹의 엔데버콘텐트 지분 매각은 미국작가조합과의 협정에 따라 이뤄졌다. 이 협정에 따르면 엔데버그룹은 엔데버콘텐트 지분을 20% 초과해 보유할 수 없으며, 지분 80%를 올 연말까지 매각해야 했다.

이번 인수 협상은 하반기들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최근 수년간 북미의 스튜디오 및 우수 제작사의 인수 기회를 모색하다 적합한 매물을 포착했다. 다만 딜을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결국 자체자금 보다 대규모 차입을 선택했다. 또 자금 조달 당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기차입금을 조달했다는 점이다. 통상 단기차입금에 비해 장기차입금의 이자율이 더욱 낮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상환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CJ ENM 엔데버콘텐트 인수 전후 재무지표 변화 추정(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 발췌)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CJ ENM의 부채는 지난 9월말 연결기준 2조7501억원에서 4조300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5.7%에서 92%로, 총차입금의존도는 18.4%에서 27.2%로 상승한다. 앞서 2019년말, 2020년말 그리고 올해 6월말에도 순차입금을 5000억원 아래로 유지해왔다. 자기자본이 4조원을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래 차입금 부담은 크지 않았던 셈이다.

CJ ENM은 이번 인수로 늘어나는 차입금을 감당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 보유한 현금과 유동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9월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1조847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350억원이다. 특히 보유한 유가증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넷마블 주식이다. 지분율 23%에 해당하는 규모로 장부가액만 1조원을 웃돈다.

경영참여 목적의 넷마블 주식 외에도 단순투자, 일반투자 목적의 유가증권 규모만 4000억원을 웃돈다. 삼성생명, LG헬로비전, 에이스토리 등 주식과 투자조합이나 펀드도 적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매매대금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외부차입을 확대했지만 향후 유동자산을 활용해 차입금 감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엔데버그룹과 협업관계 구축…CJ ENM "기업가치 '점프업' 계기"

엔데버콘텐트 인수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다소 악화됐지만 사업적 기반은 확대됐다. 엔데버콘텐트는 올해 6월까지 1억달러를 웃도는 매출액을 냈다. 영업적자를 내긴 했지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미국, 유럽 지역 제3자 IP 중심 수급 물량 증대 등을 통해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엔데버콘텐트 인수와 함께 엔데버그룹과의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하게 된 것도 CJ ENM의 성과 중 하나다. 엔데버콘텐트의 지분 20%를 엔데버그룹에 남겨두면서다. 그리고 엔데버콘텐트 주요 경영진과 핵심인력도 그대로 흡수한다.

엔데버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등 전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 및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700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매출액 약 4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현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한다.

CJ ENM은 또 주요 제작 사업을 물적분할해 제작 스튜디오를 신설하고, 스튜디오드래곤, 엔데버콘텐트 등과 함께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만들었다. 이같은 체제가 향후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그룹의 글로벌 확장 기조에 발맞춰 글로벌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행보"라며 "또 이번 인수로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해외 OTT에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시의 적절한 체제를 갖췄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2017년 11월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마무리했다. 당시 국내에서 이같은 체제를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CJ ENM의 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086억원으로 그해 분할한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1544억원으로 7% 가량을 차지했다. 이후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작년말 기준 CJ ENM 전체 매출액 중 15%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스튜디오드래곤 영업이익은 CJ ENM 영업이익의 10%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18%에 달했다.

양사간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상장 이듬해인 2018년 12만원을 돌파하면서 최근 5년간 최고점을 찍었다. CJ ENM 주가도 이때 30만원에 근접하면서 최근 5년간 최고점에 도달했었다. 다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가 올들어 다시 완만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국내 1위 제작사에 올라서면서 CJ ENM의 존재감이 확실히 커졌다"며 "경쟁사들 역시 이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CJ ENM은 다시 글로벌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갖추면서 CJ ENM은 또 한번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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