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연내 심사' 약속 지킨 공정위, 합병 속도 붙나미국·EU보다 먼저 결론, 해외당국 '신속한 심사' 촉진 효과 기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1-12-30 11:27:38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9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연내 심사'를 끝마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일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해외 당국과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양사 결합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공정위는 29일 양사 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심사 보고서를 대한항공에 보내고 해당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대한항공이 올 1월14일 기업결합 신청서를 낸지 거의 1년 만이다. 내년 초 전원회의를 거쳐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보고서에는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한 시정조치가 담겼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국내 공항 슬롯 일부와 운수권 등을 반납하는 내용이다. 운수권 반납은 항공비자유화 노선 중 잔여운수권이 없어 신규진입자가 들어올 수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반납분은 국내 항공사에 재배분한다.
이밖에 대한항공의 운임인상을 제한하고 공급·서비스 축소도 금지하기로 했다. 국적 대형항공사(FSC)가 기존 두개에서 하나로 줄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 등을 반영해 시정조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실상 어느정도 예상됐던 내용이다. 그간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티를 여러차례 내왔다. 조성욱 위원장이 직접 "경쟁제한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시정조치가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의 결정이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심사 중인 해외 당국에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10월 국토부와 업무협약(MOU) 체결 사실을 공개하며 연내 두 항공사의 결합심사를 끝마치겠다고 밝혔다. 당시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결합심사에 있어 불확실성 문제를 가급적 최소화하고 시장에 어느정도 일정으로 진행하겠다는 걸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액션은 해외 당국에 '신속한 심사'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걸로 기대된다. 한국 공정위가 서두르고 있으니 가능한 보폭을 맞춰달라는 요구다.
사실 공정위 입장에선 빠른 결정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자칫 공정위가 승인을 했는데 해외 당국이 불허하면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공개 압박에도 공정위가 가장 늦게 결정을 내릴 거란 관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연내 심사를 약속했고 지켰다.
항공업계에서는 해외 당국의 심사 내용도 공정위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업계 분위기와 크게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거란 이유에서다. 해외 경쟁당국들이 양사 결합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서두르진 않았을 걸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업결합과 관련해선 각 경쟁당국이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판단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국들이 각자 판단을 내리지만 어느정도 컨센서스는 필요하다"며 "조치끼리 부딪혀 딜이 무산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해외당국과도 지속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조치 상충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해외 당국과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방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필수신고국가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뿐 아니라 영국, 호주, 싱가폴 등 임의신고국과도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회의를 했다.
신청서를 제출한 필수신고국가 9개국 중 미국과 일본, EU, 중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임의신고국은 영국, 싱가폴, 호주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으로부터 모두 'OK 사인'을 받은 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1조5000억원)에 참여해 지분 63.88%를 취득하면 된다. 회사 측은 내년 상반기 인수 작업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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