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강지연·위메이드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진 지배구조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재편]존재감 과시하는 비덴트, 경영권 확보 위해 현금 확충…이정훈 지분 행방이 관건
노윤주 기자공개 2022-02-22 08:01:55
[편집자주]
4대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창업 초반 함께했던 옛 주주들이 떠나고 신규 사업 진출을 원하는 새로운 주주들이 합류했다. 이들은 '거래업'에만 집중했던 과거 행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자산거래소의 달라진 지배구조와 사업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7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빗썸은 주요 가상 자산 거래소 중 지배구조가 가장 복잡하다. 최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과 지배구조 최상단의 버킷스튜디오가 지배권 다툼을 하는 구조다. 현재 이 전 의장은 보유 지분 처분을 원하고 버킷스튜디오는 세력 확장을 진행하면서 양측 간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지배구조 개선은 빗썸이 점유율 1위를 되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업계는 과연 누가 빗썸 최대주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지 주시하고 있다.
◇빗썸 매각하려던 실소유주, 송사 휘말려
한동안 '주인 모를 회사'로 존재하던 빗썸의 지배구조는 2018년 김병건 전 B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빗썸 지주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50%+1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주체는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였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정해진 기한 내 잔금 납입에 실패하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비덴트 등 기존 주주들은 질권설정을 통해 김 전 회장에게 넘기기로 한 지분을 회수해 왔다.
일련의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빗썸 실소유주는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다. 이 전 의장은 디에이에이, BTHMB홀딩스 등을 통해 빗썸을 실지배하고 있지만 이 전에는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내부에서만 감사 직함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전 의장이 빗썸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는 복잡하다. '빗썸코리아(74.1)%→빗썸홀딩스(30%)→디에이에이(48.5%)→BTHMB홀딩스(95.8%)→SGBK(50%+1주)→이정훈'으로 이어지는 다섯단계를 걸쳐야 이 의장이 직접 보유 중인 지분의 실체가 나온다.
이 의장은 지난해 보유 중인 빗썸 지분 전량을 매각하려 했으나 잠정 보류 상태다. NXC, JP모건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최종 불발됐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던 삼정KPMG도 손을 뗐다.
현재 이 전 의장의 상황은 복잡하다. 김병건 전 회장은 빗썸 인수과정에서 이 전 의장이 1억달러(약 1100억원)을 갈취했다고 주장하며 사기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버킷스튜디오 연합, 빗썸 인수 총력…현금 2000억 확보한다
강지연 이니셜 대표가 이끄는 버킷스튜디오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 2020년 김재욱 전 비덴트 대표로부터 비덴트 최대주주인 비트갤럭시아1호(현 이니셜1호) 투자조합 지분을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사 세 곳을 운영하게 된 강 대표는 기업간 상호 지분매입을 통해 '버킷스튜디오(45.22%)→인바이오젠(20.8%)→비덴트'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중 비덴트는 빗썸지분 10.23%, 빗썸홀딩스 지분 34.22%를 보유 중이다. 우호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 이 전 의장측 지분이 가장 많지만 단일주주로서는 비덴트가 최대주주다.
비덴트 모회사인 버킷스튜디오는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으로 빗썸 브랜드를 사용한 사업을 적극 진행 중이다. 빗썸과 버킷스튜디오는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더립'을 공동 최대주주로 인수해 지분 37.5%씩을 나눠가졌다.
양사는 '빗썸라이브'를 설립하고 라이브커머스에 디지털자산을 붙이는 사업 모델을 기획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비덴트, 버킷스튜디오, 빗썸이 나란히 초록뱀미디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을 위한 IP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비덴트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공격적으로 현금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호연아트펀드1호투자조합에 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를 발행했다. 이후 제이케이투자조합과 이엔제이1호조합에 각 5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한다 밝혔다. 납입일은 오는 25일과 내달 31일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덴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0억원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500억원대 유상증자분까지 모두 납입이 완료될 경우 비덴트가 확보할 현금은 2100억원대로 올라간다.
위메이드의 합류도 주목된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두 차례에 거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비덴트에 800억원을 투자했다. 또 비덴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가지고 있는 호연아트펀드1호 조합 지분을 100% 사들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비덴트와 빗썸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위메이드 간담회에서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빗썸 인수에 참여했다"며 "빗썸의 경영성과를 위해 이사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간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지 모른다"며 "향후 협력은 열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빗썸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에는 김병건 전 회장이 비덴트를 상대로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빗썸 인수 과정에서 손해를 봤고 비덴트 책임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덴트는 "이 전의장과 김 전 회장 사이 관여한 바 없다"며 "일반적인 추정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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