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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 신한자산운용]'유연함과 강단' 모두 갖춘 헤지펀드 1세대 이정순 팀장퀀트 애널리스트에서 운용역으로…분신은 '한국주식롱숏'

허인혜 기자공개 2022-02-21 08:05:14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정순 신한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은 국내 헤지펀드의 태동기부터 현재를 온전히 걸어온 1세대 매니저다. 퀀트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국내 첫 해외펀드 직접운용과 프랍 트레이딩 등을 거쳤다.

이 팀장의 자산은 '한국주식롱숏' 펀드다. 명맥이 끊긴 1세대 헤지펀드 중 DNA를 바꾸지 않고서도 살아남은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팀장은 1세대 헤지펀드 한국주식롱숏의 장수 비결로 '투자자와의 약속은 우직하게 지키되 시장에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지론을 들었다.


◇성장스토리: 재무학에 '흠뻑'…퀀트 애널리스트에서 1세대 헤지펀드 매니저로

서울대학교 천연섬유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학내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경제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된 이 팀장은 재무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기업을 취업 대상이 아니라 분석하고 평가하는 앵글로 보니 패러다임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은 현대증권(현 KB증권)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때였다. 흔들리는 국내 경제를 보며 금융공학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00년 카이스트 대학원에 입학해 금융공학 석사 과정을 밟고 퀀트 애널리스트가 됐다.

펀드 매니저로 변신을 꾀한 것은 기은SG자산운용(현 IBK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기면서다. 퀀트 애널리스트로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다 실제 펀드 운용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인덱스 중심의 운용에서 액티브한 운용에 목마름이 생길 쯤 KB자산운용에서 해외펀드를 직접 다룰 기회가 생겼다. 2007년에는 해외 펀드를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펀드 운용 경험을 쌓은 뒤 하나금융투자의 전신인 하나대투증권에서 프랍 트레이딩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하나대투증권에서 해외 메자닌, 기업공개(IPO), 퀀트, 롱숏 등으로 보폭을 넓혔다.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본격 태동하며 이 팀장은 1세대 헤지펀드 매니저가 됐다. KB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에서 매니저로 활약한 이 팀장은 2013년 신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자산운용의 간판 헤지펀드인 '한국주식롱숏'을 포함해 공모주 하이일드·알파롱숏 등 다수의 펀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롱숏 펀드' 장기운용 자부심…유연한 대처 '생존비법'

이 팀장은 스스로를 우직한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롱숏 펀드에 긴 시간 천착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팀장의 투자 스타일은 투자자들에게도 정평이 나 있다. 시장이 얼어붙어 펀드 수익률이 고전할 때 오랜 기간 자신에게 돈을 맡겼던 기관투자자에게 연락했던 일을 회고했다. '죄송하다'고 운을 떼는 이 팀장에게 기관투자자는 "괜찮다, 이 팀장의 투자 스타일을 알고 있다"며 "이 팀장의 소신대로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위로했다.

다만 '고집을 부리지 말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다짐도 꾸준히 새기고 있다. 이 팀장은 "롱온리 매니저들은 스타일이 강한 경우가 있지만 롱숏을 모두 활용하는 상품군에서는 한쪽의 스타일만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다양한 시각, 유연하고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좌부터) 이상욱 차장, 이정순 팀장, 김현우 과장
유연함을 위해 팀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한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에는 이상욱 차장과 김현우 과장이 각각 리서치와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이상욱 차장이 탑다운 방식 리서치와 해외전략을, 김현우 과장은 국내 주식과 중소형주, IPO등에 주력한다. 김 팀장은 "팀원들마다 컬러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이 팀장이 생각하는 펀드 매니저의 주요 덕목이다. 초년시절 DPI기법(Dynamic Portfolio Insurance)의 펀드를 운용했던 경험 때문이다. 사전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낮추는 구조화 상품으로 당시 국내에는 생소한 기법을 활용했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약속대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축소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와중 미국 시장이 상승기류를 탔다.

한 금융사의 프라이빗 뱅커(PB)가 상품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단다. 왜 좋은 시장을 따라잡지 않고 안정성을 좇냐는 불만이었다. 상품의 구조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했지만 PB는 버럭 화를 냈다. 약속을 이행하고도 욕을 먹은 터라 억울할 법도 한데 이 팀장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했다. 이 팀장은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와 펀드를 파는 사람 사이에 생각의 갭이 있으면 안되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1세대 헤지펀드 '신한 한국주식롱숏'

1세대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제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까지 명맥을 잇는 1세대 펀드들도 DNA를 바꾸는 방법으로 살아남곤 했다. 처음 설정했던 투자 철학과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며 살아남은 펀드가 '한국주식롱숏'이다.

이 팀장은 대표펀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가장 자신있었던 딜을 골라달라는 질문에도 줄곧 '한국주식롱숏' 펀드를 말했다. 이 팀장에게는 1세대 헤지펀드 운용역으로서의 정체성이자 스스로의 투자철학을 긴 시간 녹여낸 분신과 같은 펀드다.

한국주식롱숏 펀드는 2013년 10월 설정됐다. 1월을 기준으로 모펀드의 설정액이 1600억원을 웃돈다. 자펀드와 1호 펀드도 설정돼 있다. 국내 헤지펀드 중에서는 최장수 펀드다. 누적수익률은 86.42%다. 지난해에는 연초후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며 더벨 리그테이블 에쿼티헤지 전략 부문 10위권 내에 올랐다.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킨 덕분에 초기 투자자들이 대부분 잔류해 있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70% 수준이다.

이 팀장은 "2013년에 설정한 펀드로 운용스타일은 변화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최장수 펀드의 장점은 고객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1세대 헤지펀드는 변동성이 10% 미만일 만큼 공격적인 전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안정적인 수익률로 2013년 이후 시장에 불었던 중소형 주식 붐이나 메자닌 붐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수 펀드의 비결은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다. 2010년대 중반 중소형주가 강세를 타던 시기에도 펀드의 방향성을 전환하기보다 다른 운용사보다 앞선 롱숏펀드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 팀장은 "대형주나 중소형주 하나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했다"며 "대형주 중심으로 운영하되 중소형주로 알파수익을 내는 등의 전략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신한코리아롱숏' 펀드도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국주식롱숏 출시 이듬해 설정한 신한코리아롱숏 펀드는 롱숏 전략의 공모펀드 중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수익률이 72%를 웃돈다.

◇트랙레코드2: 공모주 펀드 '두각'…하이브 '락업' 차별화로 아웃퍼폼

장수펀드 매니저라고 해서 우직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팅할 때는 과감한 수를 두고 알파 수익을 노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브(전 빅히트) 투자였다.

2008년부터 쌓아온 공모주 투자 경험이 유효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공모주 펀드를 대폭 늘렸다. 2월 설정된 신한공모주하이일드포커스와 3월 설정된 공모주롱숏, 공모주알파 펀드 등이 최대 35%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굵직한 IPO에 참여해 모두 좋은 성과를 낸 덕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 투자했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며 기업분석도 중요하지만 수요예측을 얼마나 할지, 보호예수 등은 얼마나 가져갈 지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이브 투자는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우수했다. 우선 락업 기간에 차별화를 뒀다.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3개월 락업을 걸 때 이 팀장은 6개월 락업을 결정했다. 그는 "하이브가 8월 상장했는데, 3개월 뒤인 11월에는 겨울이면서 코로나 대유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또 아티스트 콘텐츠 중심 산업군인 만큼 콘서트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때보다는 3월 콘서트 시즌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빅히트가 갖고 있던 플랫폼의 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적기에 엑시트하며 80%가 넘는 수익을 냈다.

시장을 분석하고 그 전망이 들어맞았을 때의 '짜릿함'이 이 팀장의 투자 원동력이다. 2012년 불어닥쳤던 디스플레이와 정유화학업계 침체 , 2018~2019년 시즌 반도체 종목의 하락세 등을 정확히 전망했다. 이 팀장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숏 전략을 활용하는 데에도 즐거움을 느낀다"며 "시장이 고민하지 않았던 지점, 드러나지 않았던 부정적인 포인트를 찾아 적기에 숏을 하는 것도 운용의 묘미"라고 이야기했다.

◇업계 인맥·평가 및 향후 계획: "헤지펀드팀, 정석투자로 신뢰 구축"

이 팀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존경하는 인물로 KB자산운용에서 함께 일했던 임광택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전무를 꼽았다. 해외운용 부문에 합류했을 때 담당 본부장이었던 임 전무는 '소신있는 투자' DNA를 후배인 이 팀장에게 심어줬다. 이 팀장은 "임 전무는 큰 줄기, 코어에 집중하는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분"이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비법을 임 전무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하며 맺은 인연들도 이 팀장에게는 힘이 됐다. 2001년 대학원 시절 이 팀장이 가장 어린 축에 속할 만큼 금융투자업계 베테랑들이 많았다.

신한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에 대한 애정도 깊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팀 차원의 성장을 이야기했다. 이 팀장은 "개인적으로는 펀드 매니저로서의 목표를 많이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목표는 헤지펀드운용팀에 대한 컬러를 갖추고 시장에 각인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팀원들 모두 운용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며 "정석 투자를 하며 크게 신뢰받을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올 한해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봤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의 대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자산관리의 다양한 전략들을 고민해야 하는 구간"이라며 "헤지펀드운용팀도 다양한 경력을 가진 팀원들의 장점을 살려 방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최고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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